BlogHide Reblurtsjjy in blurt • 10 hours ago함께 읽는 시영산홍이 피던 자리 눈꽃송이가 탐스럽습니다 보랏빛 라일락이 향기로 손짓하던 자리 함박눈이 사르르 내려앉아 침묵에 잠깁니다 가야할 길이 떠나온 길보다 멀리 남았다는 말이겠지요 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jjy in blurt • yesterday꽃 이야기꽃 주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목화라고 답하여 왕비가 된 여인이 있었다 모든 꽃이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죽은 뒤에도 솜이 되어 백성을 따뜻마게 하는 꽃이니 가장 귀하다는 뜻이었다jjy in blurt • 2 days ago그 맛을 알까날씨가 많이 춥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모르지만 걸어다니는 사람에겐 추위가 싫다. 다들 두꺼운 옷에 모자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다닌다. 노란 버스가 학교앞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내려놓고 웃음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조금 뒤 승용차에서 내린 꼬마가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 뛰어 들어간다. 옛날에는 멀든 가깝든 무조건 걸어서…jjy in blurt • 3 days ago함께 읽는 시나무들은 오늘도 양팔을 들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겨드랑이가 찢어지는 아픔도 마음을 헐어내는 아픔에 비할 수는 없었다 새벽달을 보며 일 년에 열 두 번이나 몸 한 쪽이 깎여나가는 아픔을 *고요의 바다에 깊이 묻었다 뼛마디가 얼음조각으로 변하면서 반쪽이 된 낮달의 얼굴이 건네는 미소가 나무의 눈물을 거두어 갔다 봄을 부르는…jjy in blurt • 4 days ago꽃 이야기누구나 꽃을 보면 마음이 선해 질 것 같다. 한 겨울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보랏빛 꽃으로 장식한다. 겨울의 상징이라할 잎모란 향이 짙은 스토크, 르네브 노랑, 하얀 소국을 곁들인다. 초록 소재들과 어울리면서 완성 되는 사이 우리의 기다림도 끝이 다가온다. 이제 내가 구유가 될 차례다.jjy in blurt • 5 days ago빨래터의 변신날씨가 추워졌다. 이제 동지가 눈앞이니 겨울도 깊어진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빨래방이란다. 큰 빨래는 집에서 하지 않고 가끔 빨래방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평일에 가면 한적하고 남편이랑 차도 한 잔 하면서 건조까지 해서 들고오면 좋다고 나도 한 번 해보라고 한다. 한 겨울 개울에서 빨래를 하던 엄마들이 생각난다. 손이…jjy in blurt • 6 days ago함께 읽는 시굴뚝 뒤로 연기처럼 희미한 길을 따라 빨간 찔레열매가 햇볕에 금빛으로 물드는 산기슭 멍석 두어닢 펼친 것만한 산밭이 눈밭이 된 날 막대기들이 눈밭을 헤치고 다녔다 눈밭에서 캥, 캥 재채기를 해가며 지는 해가 남은 빛을 다 쏟아내기까지 눈보라를 일으키며 깍지를 뛰쳐나온 콩알을 찾아 먹으며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장끼들이 빳빳이 세운…jjy in blurt • 7 days ago꽃 이야기이렇게 추운 날에도 꽃이 핀다 자그마한 화분에 노란 카랑코에꽃이 피었다 작은 꽃송이에 건물 안이 따뜻해 진다 마음도 따뜻하다jjy in blurt • 8 days ago까치집추운 겨울 날 파란 하늘이 싸늘하다. 땅 한 평 얻지 못해 마음까지 시린 겨울나무에 까치가 집을 지었다 얼마나 추울까 그래도 내집이라 집이 없어 셋집을 전전하는 가난뱅이보다 행복할까jjy in blurt • 9 days ago함께 읽는 시겨울 나무들이 떨고 있다 추워서도 허탈해서도 아닌 봄마다 움트는 이파리가 대견해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꽃잎에 눈을 떼지 못해 보이지 않던 뿌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파리를 주고 그렇게 자랑스럽던 꽃을 피운 건 흔들리는 가지가 아니라 땅속에 숨어있는 뿌리였다 한 번도 칭찬 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jjy in blurt • 10 days ago꽃 이야기오렌지 쟈스민이 밥알을 붙여놓은 듯 다닥다닥 피어있다. 꽃이 피는가 싶으면 뒤따라 열매가 달리며 상큼한 향기로 집안을 채워 겨울 추위를 잊게 한다.jjy in bl • 11 days ago꽃이 있던 자리부귀영화의 상징이며 꽃중의 꽃으로 칭하던 함박꽃이 피던 자리 깜만 씨를 품은 꽃받침도 꽃처럼 우아하다jjy in blurt • 12 days ago함께 읽는 시별들이 양떼처럼 집으로 돌아간 하늘 도라지꽃물 든 새벽이 왔다 황금부채를 들고 바람을 일으키던 은행나무가 빈 손이 되자 강건너 억새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밖으로 튀어오르는 은비늘과 낮잠에 빠졌던 산그림자가 자리를 내주자 냇물이 월주경(月柱景)이 눈부시다 엄마가 떠나신 뒤 반닫이 위 빈 반짇고리에는 혼잣말이 사각거린다 모든…jjy in blurt • 13 days ago꽃 이야기주인 없는 가게를 들여다 본다. 도둑처럼... 그러나 도둑은 아니다 한 겨울에 화사한 동백이 내 눈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물론 훔쳐보는 것도 도둑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jjy in steemzzang • 15 days ago함께 읽는 시하늘 아래 변치 않는 것은 없다 꽃도 눈물도 잠시면 지나간다 열 손가락 마디 깍지 낀 자리마다 핏물이 고여도 세월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젊은 날 사랑을 노래하던 목소리도 마지막 열차를 타고 겨울 안개 속으로 흩어진다 돌계단에 기대 살던 씀바귀도 꽃을 버린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겨울을 나도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늘 아래 영원한…jjy in blurt • 16 days ago꽃 이야기꽃집엔 겨울이 없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이 핀다. 추운 날 시클라멘이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들어가서 보고 싶지만 두고 올 때 서운 할 것 같아 그냥 지나쳐 온다 따뜻한 미소가 눈에 어린다.jjy in blurt • 17 days ago불통발신음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전화기를 들고 상대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그러나 전화는 수신음만 들려줄 뿐 주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오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나도 그런 때가 많았겠지 하며 눙친다. 전화가 좋은 때도 있지만 아무 때나 울리는 벨소리나 불통으로 평정을 깨트리기도 한다.jjy in blurt • 18 days ago함께 읽는 시압록역을 찾아 간 것은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압록강과 이름이 똑같아서도 아니었다 섬진강이 보성강을 만나 낯을 트고 마음을 주고 받으며 두런두런 바다로 가는지 보고싶었다 지리산이 부르는 손짓에도 돌아보지 않고 점점 느려지는 유속에도 처음부터 한 식구였듯 뒤따르는 물살에 자리를 내 주며 바다로 가고 있었다 돌아가자는 말은…jjy in blurt • 19 days ago꽃 이야기높은 산은 아직도 흰 눈을 이고 있는데 푸근한 길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때로는 낮은 곳이 좋다 아기예수를 기다리는 낮은 외양간처럼...jjy in blurt • 20 days ago천만다행요즘도 주위에 아픈 사람이 많다. 소설도 지나고 첫눈도 푹푹 쏟아졌으니 환절기는 벌써 지나고 겨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감기 환자도 많은데다 김장철이고 보니 주부들은 평소에 안 쓰는 근육을 무리하게 쓰다보니 파스 냄새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섣부르게 자가진단으로 병을 키우는 일도 있다. 동생처럼 지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