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맨발에 스미는 흙탕물의 냉기, 종아리를 간질어주는 미나리의 부드러운 잎새, 겨울을 견디어낸 푸른 잎새는 연하고 향기도 짙다.
바지 위로 댕강 올라간 검정 동강치마가 방아질 하는 데 따라 우쭐우쭐 흔들린다. 절굿공이가 하늘을 향해 올라갈 적마다 선이도 함께 올라가듯이 발돋움을 한다.
- 토지 1부 1권 9장, 소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