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3.

in blurt •  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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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납덩이 같이 덮쳐씌운 치묵 속에서 집안 하인들은 물밑을 헤엄치는 고기떼 모양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스며드는 바람도 없는데 심지를 태우며 제물에 깜박거리는 등잔불 아래 서희는 고르게 낮은 숨소리를 내며, 그도 지쳐서 비둘기 같이 잠들어 있었다.

  • 토지 1부 1권 4장, 수수께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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