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지 않게 내가 취직활동을 할 때에도 취업난이 심했다. 6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을 했고 10여개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최종으로 합격한 곳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단 한 군데였다.
딱히 스펙이라고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었고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전부 나보다 나아 보였다. 학벌, 자격증, 외국어 등등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인재들이었다. 남들은 나란히 선 출발선이라고 말했지만 나만은 그렇게 여기지 못했다. 내 열등감과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회사일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연애를 할 때부터 아내를 고생시켰다. 매번 일을 우선으로 했고 일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풀었다. 오죽했으면 아내가 지어준 내 애칭이 "징징이"였다. 서로 사랑을 나누기도 부족한 시간에 하루종일 일 이야기를 하면서 징징거렸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바뀌는 건 크게 없었다. 지방으로, 해외로 발령이 날 때마다 나는 아내보다 일을 우선시했다. 첫째를 낳았을 때도 설연휴가 끼여있어 당직을 서야한다며 아내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10개월이 채 되지 않은 첫째와 아내를 남겨두고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상처 받는 동안 나는 일만 생각했다.참... 나쁜 가장이었다.
해외를 다녀 온 후, 억울하게 인사위원회에서 징계를 먹은 후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동안 노력해 온 내 노력과 열정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내 집안과 학벌과 능력없음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럴 때도 내 곁을 변함없이 지켜주었던 건, 바로 아내와 아이들이었다. 그때부터 가족을 바로 보기 시작했다. 일은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았고 남는 시간을 가족을 위해 할애했다. 그리고 아내와 상의 후 큰 결심을 했다. 1년간 육아휴직을 하기로!
당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하나 둘 있었지만 우리 본부에서는 내가 최초였다. 당연히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일을 잘하고, 좋은 성과를 받고, 승진을 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다. 180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60도 정도? ^^ 그 모든 게 미니멀한 아내와 아이들 덕분이다. 가족을 통해 느리게 사는 법, 욕심을 내려 놓는 법, 화를 다스리는 법, 그리고 언제나 밝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남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심을 비웠다. 아내님 말에 따르면 나는 사실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나 외에 모든 사람 중 부족한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사랑하고 감사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았으면 하는 후회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지금도 이미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기쁘게 살아가는데, 앞으로 더 성장하고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삶이 더 아름다울지! 상상만해도 즐겁기 때문이다.
지금 내 주변에도 일에 파묻혀 지내는 분들이 많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해야지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어.'라고 쉽게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사실 가족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매번 술에 취한 당신의 모습이 아니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몸이 축난 당신도 아니다. 그저 지금 모습 그대로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같이 저녁을 먹고, 같이 산책을 하고, 가끔 카페에 들려 아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유. 그것 뿐이다.
진심으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비우면서 얻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전 파치아모님이 육아휴직 때부터 글을 보기 시작해서...
그 전엔 좀 까칠한 남편이셨군요.ㅋㅋ
이제서야 사람 됐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아기와나님 카톡에 징징이라고 되어 있었던 거군요~ㅋ
이젠 바꿔달라 하세요~~^^
이제는 반성하는 의미로 그냥 두고 있습니다;;;ㅋㅋ
가족의 소중함 백번을 말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다만깨닫고 실천 하기까지 기다려야하는 인내심이 필요할뿐,
지금부터도 늦이 않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맞아요~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