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음식을 다 잘 먹는다. 딱 한 가지 조개를 제외하면. 남들이 조개구이나 조개탕 등을 즐길 때 나는 그저 먹는 시늉을 하거나 다른 음식으로 손을 돌렸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먹냐고 물어 볼 때면 예전 생각이 난다.
어릴적 다른 가족들과 함께 바다에 여행을 갔다. 어른들이 바다에서 직접 캐온 조개를 먹었는데 유독 나 혼자만 심하게 배탈이 난 적이 있다. 온몸이 끓듯이 열이 나 움직일 수 없었다. 구역질을 심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물을 마시는데로 화장실로 향해야 했다. 며칠동안 너무 심하게 고생을 해서 그런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후로 조개는 손을 대지 않았다.
거제도는 겨울철에 굴이 유명하다. 아버지는 굴을 좋아하셨는데 한 번은 가족끼리 굴 요리 전문점을 들린 적이 있다. 깨작깨작 먹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화를 내셨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ㅠㅠ 아버지의 성화에 조금 먹기는 했지만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한 번씩 엄마가 해주시는 전복죽은 그나마 잘 먹었다. 엄마가 해주는 요리는 워낙 맛있었기도 하고 잘게 잘린 전복은 씹는 맛 외에는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트라우마를 조금씩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영향이 제일 큰 거 같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우리집 식구들은 고기와 회는 즐겼으나 조개류는 즐기지 않았다.
나이가 든 후에도 조개류는 기피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트라우마 역시 내 마음의 상처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제는 그 상처를 치유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개를 앞에 두고 부정적인 감정을 지웠다. 어릴 적 기억도 이제는 거의 잊혀졌기 때문에 딱히 문제되지도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조개요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조개가 맛있게 느껴졌다. 소화도 무척 잘 되었다. ^^
앞으로 내 인생에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꼭꼭 숨겨 놓아야겠다.
소라나 고동류를 잘못 먹으면 배탈이 심하게 납니다. 저도 어릴적 심하게 아파본적이 있어서 그런 종류는 조금만 먹습니다. 소라나 고동이 아닌 조개류도 때에 따라 독을 품고 있어서 사람에 따라 탈을 일르킵니다. 문제는 똑같은 것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란겁니다. 그러니 예민한 사람을 다른 사람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진즉 정정훈님의 조언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ㅎㅎ
요즘은 조개류를 잘 먹긴 하는데 아직 소라나 고동류에는 손이 안가요;;;
그나저나 조개 캔 포스팅 봤는데 어서 포인트 알려주시죠~!!ㅎㅎㅎ
트라우마를 잘 극복하셔서 다행입니다~ 그 맛있는 것을 평생 못먹을 순 없죠~^^
요즘 엄청 처묵처묵 하고 있습니다. 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나중에 잘 드셨다니, 정말 생각에서 온 식성이었나보네요.
저는 몸은 반응하지 않지만 괜히 고집스럽게 안 먹는 음식이 꽤 있습니다.
그냥 편식인 거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