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오징어랍니다.

in blurt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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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마이크 소리가 감미롭습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오징어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하는데 괜한 관심이 갑니다.

나가보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둘러서서 뭔가를 생선 차에서 열심히 사고 계십니다.
구경하는 내게 오징어가 싸요 하는 아줌마 말에 장사꾼은 한 마리에 만원인데 떨이로 세마라 줄 테니 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니 무슨 오징어가 크기는 엄청 큽니다.

큰 놈이 두툼한 것이 일단 푸짐해 보이고 구워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세 마리 2만 원에 삽니다. 이걸 생선장수가 가르쳐 준대로 껍질을 벗겨가면서 손질을 하는데 생각보다는 껍질이 잘 벗겨지기에 얼른 한 마리를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돌리면서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못 받기에 한참 후에 다시 전화를 하니 받습니다.
빨리 오면 맛난 거 주지 하니 들깨를 털다 말고 달려오는 여인이 있습니다. 마침 다 익어서 꺼내놓고 있는 때라 얼른 가위질을 해서 한 조각 주어 봅니다. 맛이 괜찮냐고 하니 괜찮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갈비 구웠을 때 마시다 그냥 놔둔 술 생각이 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매화수 한 병이 그대로 온전하게 있습니다.
먹은 이야기 마신 이야기를 하면 먹은 사람이나 안 먹은 사람이나 같아질 염려가 있으니 줄여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아무래도 보기에도 거시기해 보여서 내가 손질을 해 줄 테니 가져가라 하니 아예 구워서 퇴근하면서 가져다 달라고 합니다. 구운 것 가지고 요리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구워서 가져다 달라는데 어떡합니까 이럴 땐 대답이 확실하고 신속해야 하니 알았다고 했습니다.
나 지금 뭐하냐고요?

오징어 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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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본일이 아니라도 이렇게 하다 보면 맛나게 익을 겁니다.
앞서 한 마리를 해보니 맛나게 잘 익었더군요.
이번에는 두 마리를 한꺼번에 구우면서 뒤집기를 해서 익혀 가는 중입니다.

이거 이렇게 구워서 썰어놓고 초고추장에 푹 찍어 소주 한잔 하면 그만 일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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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years ago  ·  

위에 있는 사진으로 봐서는 아닌데
맛은 괜찮은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