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이니 좋다.
비가 유난히 많이 쏟아지는 날임에도 어머니 생신이라 5남매가 다 모였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이라 해서 손자 손녀들은 딸린 아이들이 있으니 오지 말라 했다.
해서 5남매만 모였다.
어머니의 큰 손자는 그래도 오겠다며 왔다.
옛날에는 생신 날이면 동네잔치 같았는데 이제는 그냥 조촐하다.
저녁상 물리고 생신 축하 케이크 커팅이 있는데 손자들 증손자들이 안와 아이들이 없으니
좀 썰렁하기도 하다.
역시 무슨 이름이 붙은 날에는 아이들이 많아야 더 흥이 나고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들고
이제 어머니 생신을 얼마나 더 챙겨 드릴까 싶어 배부르다며 안 먹으려던 케이크를 먹었다.
열 번만 더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점점 더 야위어 가는 모습을 뵈니 마음만 아리다.
아버지와 반반 나눔 하셨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이 많다.
여차하면 병원 가시는 것도 그렇고 식사를 하시는 것도 그렇고 서로 위하시는 생각도 그렇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자라는 부모라는 어른이라는 권위만 내세우며 자신만 아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일생에 늘 고생만 안겨주셨다.
그러나 아직도 당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그런 남자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이 듣지도 싶은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변하셨다.
애야 내가 너의 아버지보다 조금만 더 살면 좋겠다. 그래야 좋을 거 같다. 내가 먼저 죽으면 너의 아버지는 갈 곳이 한 군데밖에 없다. 그래서 늘 아버지보다는 내가 더 오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닌 거 같다. 내가 너무 힘에 부친다. 등 이런 말씀을 하신다.
한평생을 같이 산다는 게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다.
내일 모래가 90인 어머니 90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 맏이라는 이유로 당연하다며 늘 함께 살아온 나도 이제는 옛날과는 다른 여러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머니가 100세를 하시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이런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형제들이 모이니 가족이 모이니 좋다.
인생을 살아가는 여정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렵고 정답이 없는 것이 효도라는 것이다.
이런 것이라고 한마다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효도이고 부모를 모시는 일이다.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나 살아보면 안다.
건강하시라고 인사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