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blurt • 23 hours ago개구리 노래에 의한 변주---한 상 유---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했다 외갓집 논두렁은 물론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 장승배기에서 당고개까지 그러다가 듣는 사람 없어도 도시로부터 추방되고 몇 날 허한 허전함에 허기져 구름밤 헤적거려 달빛 한 말 동여 퍼질러 앉은 토골 뚝방에서 밤이 새도록 개굴 주거니 멀리 앞말 패거리 개굴개굴 안다미로 한 사발…hansangyou in blurt • 2 days ago사랑의 물리학---김 인 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hansangyou in blurt • 3 days ago연평도의 꿈---한 상 유--- 눈물을 여기 떨군 눈길은 바다 건너 종일 서성이고 한숨일랑 발등에 쏟으며 그리움만 앞산 재 넘길 하세월 지난 밤 바랜 사진 속 이름들 부르니 한달음인데 고까짓 뱃길 삼십 리에 까치놀 노는데, 맥없이 돌아서 오늘밤도 꾸겠지 오롯이 그 꿈hansangyou in blurt • 4 days ago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 시 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hansangyou in blurt • 5 days ago야상곡---한 상 유--- 별빛은 공간과 순간과 조우하다 바위를 낳고 나무를 낳고, 우러러 두 눈에 반짝이며, 흐뭇한 우연을 빙자한 밤길 위에 온새미로 쏟아지니 풀 그림자에 감겨 자빠진 김에 은행나무 비껴 으스름달 걸린 길 마주앉은 재넘이와 켜켜이 아로새긴 돌덩이에도 핏줄이 당기고 나란히 앉아, 듣는 이야기hansangyou in blurt • 6 days ago기우제---오 세 하--- 토독토독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사이로 내 이름이 들렸어 뒤를 돌았더니 네가 뛰어와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는 거야 두근두근 몸이 굳은 채 바래다주고 소파에 멍하니 누워 바래보았어 내일도 비가 오면 좋겠다 네가 우산을 또 까먹으면 좋겠다hansangyou in blurt • 7 days ago순서를 바꿔서 하면 된다---방 귀 희---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데요,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다 하지 않은 결과가 되고 말지요. 일의 순서를 바꾼다고 생각해 보세요. 해야 할 일을…hansangyou in blurt • 8 days ago6월의 시---김 남 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hansangyou in blurt • 9 days ago암 병동---이 강 건--- 병동 근무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 눈을 감고 두 손 모으고 기도를 한다 오늘도 내가 돌볼 환우들의 건강과 무사와 안녕과 쾌유를 진심으로 빈다 아버님 어머님 할어버님 그들은 환우 모두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번도 언짢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화사한 미소가 언제나 얼굴 가득했다 병동 근무자들은 업무가 끝나면…hansangyou in blurt • 10 days ago죽어서 몸을 판다---조 영 희--- 바다가 긴 장대에 걸려 있다 바다만이 가진 살내음 그 비린내를 갈매기가 주워 먹는다 저만치 지켜보던 파도가 백사장으로 뛰어 나온다 갈매기는 다시 바다로 날아갔다 그 바다가 집이던 살내음을 삼키며 먹물로 눈 가리고 헐값에 배 째라던 오징어 장대에 널린 아픈 영혼도 바람에 날리고 배를 가르고야 몸값이 두 배로…hansangyou in blurt • 11 days ago밥---유 은 희--- 소금쟁이 사르르 물살을 일으켜 하늘의 뉘를 일일이 일어내더니 구름 두어 뭇 풀어 지피더니 연못 쟁반에 고슬고슬 수련 몇 그릇, 몰려드는 몰려드는 저 푸른 입들 좀 봐hansangyou in blurt • 12 days ago별 헤는 밤---한 상 유--- 찌푸린 것도 아니니 해왕성과 명왕성 4.22광년을 달려온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이 반짝일 텐데 자체 발광 정신머리 사나운 거리를 지나 좌절을 궁리하는 어느 별 변두리 101번지까지 45억 킬로나 59억 킬로 혹은 4.22광년을 달려온 별빛 몇 개 찾아보다가 아질산나트륨 과다로 속 쓰림이 도지는 밤hansangyou in blurt • 13 days ago6월의 시---이 해 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hansangyou in blurt • 14 days ago겪어 보면 안다---김 홍 신--- 굶어 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마름에 지쳐 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어 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 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hansangyou in blurt • 15 days ago못 잊어---김 소 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hansangyou in blurt • 16 days ago기다림---한 상 유--- 설렘은... 블랙커피 빈 컵을 구겨, 쥔 채 오를 대로 차 올라 달뜬... 달hansangyou in blurt • 17 days ago6월의 작은 기도---정 연 복---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조금은 더 짙어져 있는 저 초록의 끝은 어디쯤일까요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 사랑에의 소망과 열정 또한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더 초록 이파리를 닮아가게 하소서.hansangyou in blurt • 18 days ago금낭화---안 도 현--- 6월,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hansangyou in blurt • 19 days ago고래를 위하여---정 호 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hansangyou in blurt • 20 days ago느티나무 타불---임 영 조--- 곡우 지나 입하로 가는 동구 밖 오백 년을 넘겨 산 느티나무가 아직도 풍채 참 우람하시다 새로 펴는 양산처럼 녹녹하시다 이제 막 어디로 나설 참인지 하늘로 빗어 올린 푸른 머리칼 무쓰를 바른 듯 나붓나붓 윤나는 싱그러운 주책이 정정하시다 그런데 이런! 다시 보니 꺼뭇한 앙가슴이 동굴처럼 허하다 얼마나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