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blurt • 59 minutes ago그대가 내게 보내는 것---박 재 삼--- 논물은 찰랑찰랑 넘칠 듯 하면서도 넘치지 않고 햇빛에 무늬를 주다가 별빛 보석도 만들어 낸다 사랑하는 사람아, 어쩌면 좋아! 네 눈에 눈물 괴어 흐를 듯하면서 흐르지 않고 혼백만 남은 미루나무 잎사귀를 어지러운 바람을, 못 견디게 내게 보내고 있는데!hansangyou in blurt • yesterday봄---이 성 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hansangyou in blurt • 2 days ago꼭두새벽---반 기 룡--- 조용히 창을 열었습니다 개밥바라기 아직 멀쩡합니다 지나던 바람이 쏴아 몰려옵니다 그대의 영혼도 몰려오는 듯 합니다 창 턱 밑에서 산허리를 휘감은 듯 안개가 가물거리며 달려옵니다 그대가 호호 불며 이쪽으로 보낸 사랑의 입김인 듯 합니다hansangyou in blurt • 3 days ago구름과 목화---권 태 응--- 몽실몽실 피어나는 구름을 보고 할머니는 "저것이 모두 다 목화였으면" 포실포실 일어나는 구름을 보고 아기는 "저것이 모두 다 솜사탕이었으면" 할머니와 아기가 양지에 앉아 구름 보고 서로 각각 생각합니다hansangyou in blurt • 4 days ago다 멀쩡히 사는 것 같지만---친구가 보내준 토막글 1 다 멀쩡히 잘 사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다들 괜찮은 척 하는 거다 혼자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 2 걱정은 5분 이상 하지마라 5분 넘으면 더 해봤자 소용없는 거다 3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고 억울하다 중요한 건 그걸 뛰어넘는 사람과 계속 불평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4 대부분의 사람들은…hansangyou in blurt • 5 days ago꿈같은 이야기---김 시 종--- 내가 뭔가 말하면 모두가 바로 웃으며 달려들어 "꿈같은 이야기는 하지 마" 해서 나조차도 그런가 싶어진다 그래도 나는 포기할 수 없어서 그 꿈같은 이야기를 진심으로 꿈꾸려 한다 그런 터라 이제 친구들은 놀리지도 않는다 "또 그 이야기야!" 하는 투다 그런데도 꿈을 버리지 못해서 나 홀로 쩔쩔매고 있다hansangyou in blurt • 6 days ago우리가 눈발이라면---안 도 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hansangyou in blurt • 7 days ago이런 나라를 아시나요---서 정 주--- 밤 삼경보다도 산 속 중의 참선보다도 조용한 꿈보다도 더 쓸쓸하고 고요한 사람만이 사는 나라를 아시나요? 말은 오히려 접어서 놓아 둔 머언 나들이옷으로 옷걸이 속 횃대에 걸어만 놓고 지내는 그런 사람만이 사는 나라를 아시나요? 육체가 세계에서 제일로 싼 나라. 한 딸라면 양귀비 두엇을 사고도 남는…hansangyou in blurt • 8 days ago새벽 바람---강 은 교---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볼까 새벽 바람이 도착하니 어둠은 슬며시 물러가는구나 모든 잠의 옷섶에서 삐져나온 꿈들은 벚나무 흐린 그림자를 핥으며 뒤숲으로 빨리 사라진다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볼까 나의 허약한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있으니 가장 작은 지상의 것들이 나를 부르고 있으니 지상에서 가장 작은…hansangyou in blurt • 9 days ago시를 읽다---한 상 유--- 권 선생의 시와 요절한 기 시인 벗닿아, 지펴진 생각이 고뿔도 제가끔 앓으랬다... 던가 너스레에 피식 어디쯤, 그네 그림자 걸려 마른 가지에 갈빛 제 홀로 '꿈'이라 적더군hansangyou in blurt • 10 days ago부치지 못할 편지---이 정 하--- 부치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거기서나마 나는 내 목마른 사랑을 꽃피웁니다 비로소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말해 봅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어찌합니까 미치지 않고선 사랑을 할 수 없는데 그대여,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내 눈엔 그대밖에 보이지 않습니다hansangyou in blurt • 11 days ago세월---반 기 룡--- 파뿌리가 일렁인다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잔주름이 이마를 할퀸다 꾸짖지도 않았는데 어깨가 시리고 뻐근하다 심하게 사랑을 하지도 않았는데 눈이 침침하다 황사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마누라가 무섭다 가까이 오라 하지도 않았는데hansangyou in blurt • 12 days ago봄---주 병 권--- 지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도 지난 계절은 돌아오고 시든 청춘은 다시 피지 않아도 시든 꽃은 다시 피고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아도 빈 술잔은 채워지고hansangyou in blurt • 13 days ago겨울 나들이---권 영 진--- 앙상한 울타리에 눈이 내린다 여름내내 앓던 손가락이 더 여위어 보이고 문득, 당신에게로 향하는 길이 보일 듯 한다. 곁에 눈운 이의 얼굴이 낯설어 보이고 아가의 눈이 더 슬퍼 보인다. 우리, 날이 풀리거든 교외선같은 것이라도 타고 아무 데고 떠나자. 울타리는 본래 없는 것 하늘의 가슴의...hansangyou in blurt • 14 days ago이사---김 광 섭--- 신림동에서 돈암동으로 가는 길 성북동에서 미아리로 가는 길 미아동에서 중화동으로 가는 길 첫째 길에서는 아버님을 둘째 길에서는 어머님을 셋째 길에서는 아내를 뱀이 기어간 길 같은 세 길에서 나의 인생 같은 세 분을 여의고 나서 사촌이웃도 없는 서울 천지에 어울릴 데가 없어 보는 체도 않는 별을 데리고…hansangyou in blurt • 15 days ago역설---거닐라 노리스--- 처음 침묵 속에 앉아 있으려 할 때 그토록 많은 마음속 소음과 만나게 되는 것은 역설이다 고통의 경험이 고통을 초월하게 하는 것은 역설이다 고요함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충만한 삶과 존재로 이끄는 것은 역설이다 우리의 마음은 역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들이 분명하기를 원한다 안전이라는 환상을 유지할 수…hansangyou in blurt • 16 days ago사랑하던 말---박 용 철--- 내가 그날에 사랑해 만지던 말이 이제 내 눈앞에 있다. 그 털의 윤택함 빛나는 흰 눈자위 뒷다리의 탐스러움 자랑스럽던 그 태도를 어디 하나 남겨 있진 않으나, 나는 다만 깊이 박힌 사랑의 총명함으로 알아볼 수 있느니. 여기 멍에 아래 마차 끄으는 추렷한 말은 그 시절 봄날 빛 아래 금잔디 넓은 마당에서 호-통…hansangyou in blurt • 17 days ago결빙---정 호 승---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hansangyou in blurt • 18 days ago눈사람 자살 사건---최 승 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hansangyou in blurt • 19 days ago환상의 꽃---황 금 찬--- 행복을 모르는 것은 꽃만이 아니다.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눈 내리는 북극 소년의 나팔 소리. 겨울 과실처럼 오롯한 눈 위에 핀 얼음꽃 한 송이 피고 있을까. 지고 있을까. 소년의 나팔 소리. 빙판 위로 꽃잎을 쓸며 밀려가고 환상의 꽃잎 위엔 촛불이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