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blurt • 17 minutes ago배웅---문 동 만--- 취기가 가시지 않은 동인천역 김해화 김기홍 시인은 일당을 공치고 순천행 열차를 타러 영등포역으로 떠나고 두주불사 박영근 시인 술 한잔 산다며 손목을 잡았다 현금카드를 주며 담배와 돈을 찾아달라기에 40만원 잔고에서 15만원을 찾아 담배를 사고 낮술 한 병씩 나눠마셨다 -야야 이게 기한 없는 생활빈데 이렇게…hansangyou in blurt • yesterday가을무상---한 상 유--- 살아온 날만큼 헤아려지는 어리석음에 더하는 하년하일 여우빗속, 굳센 독백으로 여민 단상 까무룩 이냥, 가슴츠레 눈초리마저 시들어뜨리는 오후 갈걷이 지나 산자락에 나지막이 저냥 퇴색하지요hansangyou in blurt • 2 days ago추일미음---서 정 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막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hansangyou in blurt • 3 days ago낙엽의 변---이 정 하--- 한동안 매달려 있었다 이제 잡은 손을 놓겠다 너를 벗어나야 나는 잠시나마 비상할 수 있었음을 미안해하지 마라 네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떠난 것이다 미련은 서로에게 짐만 될 뿐이니 헤어짐이 있어야 자유롭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hansangyou in blurt • 4 days ago반려---김 지 녀--- 여든이 된 노인이 개와 대화를 한다 개의 이야기는 개로 태어난 억울함으로 시작되고 노인은 귀가 어두워 개가 계속 짖도록 개처럼 앉아 있다 개는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억울함은 남았지만 아무리 짖어도 억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일 수도 개는 벽을 열고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개가 벽 속으로 들어간…hansangyou in blurt • 5 days ago우리가 어느 별에서---정 호 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의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hansangyou in blurt • 6 days ago나뭇잎 러브레터---이 해 인--- 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엔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hansangyou in blurt • 7 days ago옛이야기---김 소 월---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면을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만한 세상을 보냈읍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었읍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바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hansangyou in blurt • 8 days ago숲---최 백 규--- 비 내리는 병실에서 빛이 일렁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 같이 아침을 바라본다 연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창을 연다 비를 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 미래를 사랑이라 믿는다hansangyou in blurt • 9 days ago전호동전---한 상 유--- 어쩌자고 오대골 개구지 둘이 나룻배를 밀고 올라타 보니, 어럽쇼 노가 없네. 그래서 뭐 두 팔이 노지. 하여 저었답니다 힘껏 그런데 말이죠 팔심깨나 쓰고 돌아보니 천릿길 맞은편을 만릿길, 냅다 팽개치고 죽을 둥 살 둥 버둥댔다나, 쯧쯧 배는 어찌됐냐면... 그건 모른다며 소주 한잔 삼키고 쥔…hansangyou in blurt • 10 days ago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이 병 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hansangyou in blurt • 11 days ago나의 고양이가 되어주렴---박 소 란--- 검정 비닐봉지 하나 담장 너머로 펄렁 날아갈 때 텅 빈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고 저기로 자꾸만 저기로 향하려 할 때 정처 없이 헤매는 마음아 이리 온, 한번쯤 나의 고양이가 되어주렴 뜻 모를 젖은 손이 가슴을 두드리는 새벽 슬픔을 입에 문 젖내기처럼 골목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주지 않을래? 집집마다의 비극을…hansangyou in blurt • 12 days ago조용한 일---김 사 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hansangyou in blurt • 13 days ago나뭇잎 선물---김 복 희--- 비, 나뭇잎 흔들리는 것과 비, 나뭇잎 흔들리는 것은 다르다 어느 날 어느 바람 어느 비도 없는 긴 날 흔들리는 나뭇잎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흔들릴 것이다 생각에 빠져 걸음을 멈출 것이다 짐처럼 나를 전부 내려놓고 잠시 나의 정수리보다 위를 나의 발바닥보다 아래를 가늠하면서 겨누어 보면서 사람들 보라고…hansangyou in blurt • 14 days ago사람---윤 중 목--- 사람들,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하루의 수고가 가파를수록 눈길 부디 나직한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문득 해 떨어져 골목골목 담벼락 외등 켜질 때면 그네들 얼굴도 하나둘씩 켜진다 밥 냄새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그네들 말소리 귀를 두드린다 사람들 그리움이 갈근갈근 마른 목젖에 걸리운 저녁이면 천생 나도 사람인가 보다…hansangyou in blurt • 15 days ago느티나무---한 상 유--- 푸름 아우르자 허리춤 끄르고 놀던 달빛 그늘 바스락대며 새벽 물들어 낙엽은 구르라지 아린 속 새살 돋으면 햇살 웃어 한아름 안길 테니, 열없이 연록이 기쁜 날엔hansangyou in blurt • 16 days ago사과를 먹으며---함 민 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hansangyou in blurt • 17 days ago배경이 되는 기쁨---안 도 현---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일이다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떼처럼hansangyou in blurt • 18 days ago지우개---송 순 태---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hansangyou in blurt • 19 days ago저녁에---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