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blurt • yesterday7월의 노래---엄 기 원--- 여름은 화안한 웃음인가 봐? 여름은 새파란 마음인가 봐? 풀도 나무도 웃음이 가득 온통 세상이 파란빛이야 숲에서 들린다, 여름의 노래 들판에서 보인다 여름의 빛깔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올까? 정말 7월은 요술쟁이야hansangyou in blurt • 2 days ago7월의 편지---박 두 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려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hansangyou in blurt • 3 days ago아침이슬---김 민 기---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고인의 명복을 빌며...hansangyou in blurt • 4 days ago장마---안 도 현--- 창턱으로 뛰어든 빗방울의 발자국 몇 개나 되나 헤아려보자 천둥 번개 치면 소나기를 한 천오백 근 끊어와 볶는 중이라고 하자 침묵은 입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비명이거나 울음 같은 것 가끔은 시누대숲의 습도를 재며 밥 먹는 직업이 없나 궁리해보고 저녁에 저어새 무리가 기착지를 묻거든 줄포만 가는 이정표를…hansangyou in blurt • 5 days ago7월의 바다---황 금 찬---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 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hansangyou in blurt • 6 days ago내리---한 상 유--- 섧다면 섧게, 황망히... 말고 우리의 청춘과 사별은 없이 별일 없이 느지막엔 눈길이나 날랠까만 게을러 더디 물씬 별아저씨를 읊조리며, 바람 꼬드기는 못된 사랑놀이든 목하, 한바탕 놀이터에서 훨- 놀자는hansangyou in blurt • 7 days ago더 비린 사랑 노래---황 동 규--- 오늘은 안개비가 내리다 말고 다시 공중으로 올라갔습니다. 먼지 너무 많아 땅을 채 적시고 싶지 않았을까요. 많은 사람 속에서 안 보이는 사람이 되어 거리를 걸을 때 그중 편안합니다. 두리번대며 상점 속을 살피기도 합니다. 얼마 안 가 안개비도 나를 피하겠지요. 그때 나는 내 몸 적실 비를 찾아 계속 사람 속을…hansangyou in blurt • 8 days ago장마---안 상 학--- 세상 살기 힘든 날 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 강가에 나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 저렇게 살아갈 수 없을까 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 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 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 흘러 가벼렸으면 좋지 않을까 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이 땅에 한 번…hansangyou in blurt • 9 days ago장마---이 강 산--- 제비집 같은 수수깡벽 처마 아래 채송화꽃 활짝 피었다 하루 아침에 진다 내 가슴에 날마다 햇볕 들어 잡다한 그리움들 어질어질 피었다 제 꽃잎 떨구는 날 손바닥만한 햇볕이 눈부시게도 들더니만 빗물이 새는 건넌방에서 양푼의 빗소리를 어머니는 듣고 있다hansangyou in blurt • 10 days ago장마---박 준--- 그곳의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hansangyou in blurt • 11 days ago꽃잎의 사랑---이 정 하--- 내가 왜 몰랐던가 당신이 다가와 터뜨려 주기 전까지는 꽃잎 하나도 열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내게 있던 건 사랑이 아니니 내 안에 있어서는 사랑도 사랑이 아니니 아아, 왜 몰랐던가 당신이 와서야 비로소 만개할 수 있는 것 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hansangyou in blurt • 12 days ago여름꽃---이 문 재--- 그대와 마주 서기는 그대 눈동자 바로 보기는 두렵고 또 두려운 일이어서 저기 뜨락에 핀 꽃 여름꽃을 보고 있다 어둠의 끝에서 몸을 활짝 열었던 아침꽃들 정오가 오기 전에 꽃잎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안으로 돌아가 있다 해를 바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려워서 여름꽃은 꽃잎을 모아 합장한다 여름꽃은 자기…hansangyou in blurt • 13 days ago봉포---한 상 유--- 넋두리 한 주저리 자잘하게 그렇게 비겨대며, 제풀에 부서지는 포말로 깨작거리다가 처얼- 썩- 일순, 해안선과 구겨진 결 감파랑 들다hansangyou in blurt • 14 days ago그대에게 물 한 잔---박 철--- 우리가 기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마는 그 중의 제일은 맑은 물 한 잔 마시는 일 맑은 물 한 잔 따라 주는 일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hansangyou in blurt • 15 days ago무더위---오 보 영--- 멍하니 그저 푸른 숲 나뭇가지에 시선 던지고 앞을 향해 발길 내어딛는다 머리가 텅 비어서인가 가슴이 꽉 막혀서인가hansangyou in blurt • 16 days ago희망가---문 병 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는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hansangyou in blurt • 17 days ago술---천 상 병--- 술 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 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 한잔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 오십이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아내는 이 한잔씩에도 불만이지만 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hansangyou in blurt • 18 days ago덤벙덤벙 웃는다---정 현 종--- 파도는 가슴에서 일어나 바다로 간다 바다는 허파의 바람기를 다해 덤벙덤벙 웃는다 여기선 몸과 마음이 멀지 않다 서로 의논이 잘 된다 흙의 절정인 물 물의 절정인 공기 물불 가리지 않는 육체 의 가락에 자연의 귀도 법도 어우러진다 고통의 뺄셈 즐거움의 덧셈 슬픔 없는 낙천이 없어 덤벙덤벙 웃는다hansangyou in blurt • 19 days ago바다로 가자---강 소 천---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갈매기 오라 손짓하는 바다로 가자 푸른 물결 속에 첨벙 뛰어들어 물고기처럼 헤엄치다 지치면 모래밭에 나와 앉아 쟁글쟁글 햇볕에 모래성을 쌓자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바다로 가자 한창 더위로 꼼짝 못 하는 여름 한 철은 바다에서 살자hansangyou in blurt • 20 days ago우기---도 종 환---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