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아들 생일이다.
이 시간쯤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을 때다.
세상의 끝을 가고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지나고
커다란 울음소리
빛나는 까만 눈동자로 우리는 만났다.
이름을 불러주면 눈을 맞추고
첫 발을 떼면서 세상 어디든 같이 갈 줄 알았고
어린이 집에서 만들어온 종이카네이션이
빨갛게 마음을 물들였다.
벽에 그린 낙서에도 혼자 영재 엄마가 되고
논산훈련소에서 보낸 단체 사진 속 콩알 틈에
보름달로 떠오른 아들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반복되는 일상
이제 몇 가지 숙제가 남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문항은
답안지에 ‘아들이 잘 있다.’ 로 적는다.
며느리 맞은 선배들의 기출문제를 받았다.
결혼하면 사돈네 아들이라는
넘기 힘든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는 마지막 문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그 언덕에서 아들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도 축하메시지와 약간의 용돈을 보내준다.
져서 더 좋다.
사랑하니까,
엄마니까...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