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시끄럽게 운다.
우리 어머니 저놈의 까마귀 맨날 운다고 걱정이 여간 아니시다.
연세가 높으시니 주변에서 가까이 지내시던 분들이 왕래가 줄고
소식이 끊어지면서 느끼게 되는 상실감이 크신 것 같다.
요즘 들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신 소리가 앰블런스 소리와
까마귀 울음소리를 가장 민감해 하신다. 그냥 새소리니까 특별히
신경 쓰지 마시라고 간곡하게 말씀을 드리기도 하지만 매번 가볍게
지나가지 못하신다. 점점 잦아지는 친구 분들과의 이별이 까마귀와
연결 지어 생각하시는 결과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 어디선가 매미 소리가 들린다.
우리 어머니 무슨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는 듯 좋아하신다.
다 같은 생물의 고유한 울음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까마귀에게만
불길하다는 굴레를 씌우고 싫어하고 있으니 까마귀 입장에서 보면
참 불공평한 일이다.
까마귀가 울 때마다 심해지는 어머니를 위해 반포지효에 대해 설명을
했다. 까마귀가 보기에는 시커멓고 예쁘지 않게 생겼지만 속은 정말
착한 새라고 말을 꺼내자 그래도 싫다고 하신다.
까마귀는 부모가 늙고 먹이를 물어올 힘이 없으면 날개털을 뽑아 더
이상 먹이를 잡으러 나가지 못하게 하고 먹이를 잡아다 봉양하고 씹는
것조차 어려워지면 거친 먹이를 씹어 다시 어머니 입에 넣어드리는
효성이 지극한 새라고 말씀드리고 미워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매미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난 그래도 매미가 좋아
그렇다고 까마귀에게 타고난 외모를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외모지상주의의 벽은 아직도 견고하다.
제주도에는 유독 까마귀가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