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푸대같은 나는
햇빛을 주워 모으러
보납산으로 갔다
달팽이같이 걸었다
수묵화를 그리던 흰 눈은
며칠 사이 녹아 있었다
입춘이 지나
봄바람이 기다려지는 지금
아직 찬바람이 내 손을 간질이고 있었다
보납산은 냇물을 벗 삼아 끼고 서 있었다
소나무들은 군데군데
어깨동무하듯이 서 있고
바위들은 산비탈을 따라
사선을 긋고 있었다
산은 이름처럼
보물을 숨겨둔 듯이 번쩍인다
바위들이 나무들이 보석같다
여백을 채운 흙마저 빛을 반사한다
나는 그 옆을 지나며
보석을 캐듯 사진사처럼 살펴보았다
나를 지켜줄 산
가평에 '부'를 느끼게 할 산
나의 화폭에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