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19] 받은 만큼 배푼다

in zzan •  4 years ago 

입사를 하고 육아휴직을 하기 전까지 항상 막내였다. 잘 풀린 동기들이 1년 밑으로 후배가 들어오거나 아니면 밑에 몇명을 두고 일하는 선배가 되었을 때도 나는 팀의 막내였다. 막내다 보니 궂은 일,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고 잘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의 특성상 그냥 무던히 일만 했다.

그래도 막내라서 좋은 점이 꽤 많았다. 그중 하나가 어딜가나 열외(?)가 되는 것! 특히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그래도 매번 얻어먹는 것이 미안했고, 아버지께서는 "두 번 얻어 먹으면, 한 번을 사야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가끔은 커피나 자잘한 것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지출이 없어 그 돈을 고스란히 모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은 일을 도맡아하는 막내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사회 초년생이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곳 현장에 와서 보니 파트는 다르지만 후배가 제법있다. 그 중 두 명은 같은 숙소를 사용하고 있는데 함께 밥이나 간식을 사먹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내가 먼저 나서 자연스럽게 계산한다. 그럴때면 후배들은 고마워하는 동시에 미안해 한다. 한 번씩 아이스크림을 사와 나누어 먹거나 소소한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예전에 함께 했던 선배들이 떠오르며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분들 덕분에 후배들에 대한 연민과 배려가 절로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문화,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계속해서 이어나갔으면 한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권력도 지위도 아닌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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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years ago  ·  

집에서는 형이 동생을 보살피고
사회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베푸는 문화는
정말 없어지면 안 되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더치페이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어떤 때는 좀 야박하게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