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18] 간사한 마음

in zzan •  4 years ago 

나는 비를 좋아한다. 소리없이 내리는 비는 다정해서 좋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내리는 비는 시원해서 좋다. 요즘같은 장마철도 좋아한다. 폭염보다는 비가 더 낫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비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

건설업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요즘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야외작업이 불가하다. 공사를 시행해야 하는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일을 빨리 진척해야 하는데 도와주지 않는 날씨 탓에 애간장을 태운다. 그런데 내 입장은 정반대다.

우선 작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이 줄어든다. 작업자들은 공치는 하루지만 나는 날로 먹는 하루가 된다. 평소같으면 하루종일 긴급이라며 이런저런 요청이 쏟아지기 일쑤인데 비가오면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야간당직을 피해갈 수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끝내야하기 때문에 야간작업은 필수가 된다. 그에 따라 당직을 서면서 관리를 해야하는데 비가오면 야간작업이 거의 없다. 비 피해도 그렇지만 벼락에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연장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방침이다. 어딜가나 안전이 제일이다.

어제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다. 안전문자가 수시로 날라오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늘 나는 당직을 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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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years ago  ·  

요즘 비 피해가 심해서, 저도 비를 좋아하지만 감히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