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변치 않는 것은 없다
꽃도 눈물도 잠시면 지나간다
열 손가락 마디 깍지 낀 자리마다 핏물이 고여도
세월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젊은 날
사랑을 노래하던 목소리도
마지막 열차를 타고 겨울 안개 속으로 흩어진다
돌계단에 기대 살던 씀바귀도
꽃을 버린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겨울을 나도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했으니
겨울나무/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