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짓날 풍광

in steem •  5 days ago 

늘 궁금해지는 게 있다.
간절하지는 않지만 멀리 사는 자식처럼 늘 궁금해진다.
그래서 자두 들려 본다.
그곳이 강변에 위치한 동네 뜰이다.

하짓날 아침에는 저 뜰을 아내와 함께 걸았다.
갈 때마다 사진을 담는다.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정말 많이 컸다.
가냘프다 할 정도의 모를 이야 한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리 컸다.
자라는 농작물은 아이들 자라듯 쑥쑥 잘도 자란다.
5월 말께 모를 낸 거 같은데 한 달이 되거나 말거나 한 날들이 지났다.

벼는 뿌리 내림은 물론 가지치기까지 왕성하게 한 거 같다.
자라는 벼가 논에 잘 훈련된 젊은 병사들처럼 서있다.
바라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하짓날 본 풍광 중에 제일 뿌듯했는지 모른다.
아내와 같이 논길을 걸어서 더욱 좋았던 날이다.

오늘은 아내가 일요일이라 집에 있어 마음 놓고 낮잠을 잤다.
막심 고리키의 2인조 도둑도 꿈결인지 잠결인지 다녀간 흔적이 있으나 나의 잠을 훔쳐 가지는 못했다.
도둑맞지 않은 나의 낮잠은 꿀잠이었다.
저 들판에 서있던 병사들이 나를 지켜준 거 같기도 하다.

오늘도 해 질 녘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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