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장마 끝나니 연일 폭염이다.
그러나 이 열기도 그리워질 날이 멀지 않다.
한두 달 후면 언제 그런 열기가 있었지 할 것이 뻔하다.
서너 달 후면 오히려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피하기보다는 즐기는 게 좋다.
하여, 어제 오후에 본격적으로 즐기기로 했다.
그랬더니 훼방꾼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소나기다.
집을 막 나서려는데 스콜 같은 소나기를 퍼붓는다.
그러나 포기할 내가 아니다.
이미 예초기를 점검하고 연료 잔뜩 넣어 시운전까지 마친 상태이다.
그러니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한 30여분 퍼붓더니 비가 멈추고 해가 든다.
비가 멈추니 서둘러 갔다.
진작 갔어야 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가기로 마음먹고 몇 년 전부터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기에 7월에도 갔어야 하는데 장마가 계속되어 못 갔다.
아나나 다를까, 도착해서 보니 풀이 장마통에 무성하게 자랐다.
그런데 또 뭔가 이상하다
차를 대 놓고 내려 보니 그 큰 소나무가 쓰러졌다.
바람에 뿌리가 뽑혔나 서둘러 가보니 밑동에서부터 뻗어서 올라갔는데 한쪽이 빠개지면서 넘어갔고 그 옆에 좀 작은 나무까지 넘겨버렸다.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넘어가다니 어이없다.
톱을 가져가지 않았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동네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보니 톱이 안 든다나 멀리 나갔다나 하는 대답뿐이다.
이 더위에 움직이거나 신경 쓰기 싫다는 생각이 전해 오는 거 같아 달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후배인 이장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나무가 쓰러진 논도 그가 농사를 짓는 논이다.
하여, 그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달리 처리를 하려 해도 지금 톱이 없어 그런데 톱이 있으면 벼 피해를 줄여야 하니 나와 같이 나무를 지우자고 하니 톱도 시원치 않고 어디 나가 있다고 하는 거 같다.
그래서, 그렇다면 내가 제초 작업은 하고 같터이니 수고스럽지만 나무를 치워주면 고맙겠다. 혹여라도 처리하는데 비용이 필요하면 내가 줄 터이니 해달라고 하니 알았다고 해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 제초 작업을 했다.
그런데 어제는 제초 작업이 정말 어려웠다.
이유는 풀이 무성한데 비가 와서 젖이 있어서 쇠 칼날이 아니고 플라스틱 줄 날이 잘 먹히지를 않는다.
그래도 쇠 칼날을 안 가져갔으니 어쩔 수 없이 짓이겨가면서 작업을 했다.
그러니 시간은 두 시간이 더 걸리고 힘은 힘대로 들었다.
한마디로 복더위를 제대로 즐겼다.
내년 봄에는 소나무를 정리하고 꽃을 볼 수 있는 유실수를 심어 볼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제 다음 달 초, 추석 전에 한번 더 깎고 논의 벼를 베고 나면 토시 질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올해는 지난 5월 10과 6월 20일 그리고 어제 8월 2일에 제초 작업을 했다.
스승의 날 전에 가서 작업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5월 10일이라 아직 모내기 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작업을 하고 나면 개운하고 좋다.
그런데 이날 아쉬웠던 것이 꽃을 준비해 가지 못했다.
생각은 있었으나 깜빡했다.
왠지 아쉬웠고 죄송했다.
이사진은 6월 20일 작업 후 찍은 사진이다.
논에서는 모내기가 끝나 벼가 한창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나무에도 열매가 달려 있다.
이 떼만 해도 소나무를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 자라서 위로는 통신 선로를 받치고 있는 격이 되어가고 있다.
바람에 넘어가도 주변에 피해가 우려되고 안전 문제도 염려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며칠 전 폭풍우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순간 드는 생각이 좋은 일이 많이 있을 징조로 보었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나 그걸 찾아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생각하던 것인데 혹시 나무가 논으로 쓰러진 것이...
기회가 된다면 형편이 된다면 사실 그 논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러면...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잊어서도 안된다.
이기춘 선생님은 물론 여러 선생님, 그리고 학교를 지어준 박용석 박용선 형제분의 은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이 여름도 더욱 즐겁게 기쁘게 즐길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