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며느리

in blurt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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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난한 집 아들이 결혼을 했다.
새며느리는 풍족한 가정에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규수였다. 시부모는 좋기도 하면서 한편 걱정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호강을 하며 자란 며느리가 고생을 하며 살 생각을 하니 미안하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갈지도 걱정이었다.

며칠 지난 어느 날 시어머니는 새며느리의 절을 받고 며느리에게 모든 살림을 맡겼다. 살림이라고 해야 쌀 섬이 채 안 되는 식량과 장독 몇 개 그리고 김칫독에 든 김치가 며느리 손에 쥐어준 살림 밑천이었다. 어렵겠지만 알뜰하게 잘 살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새며느리는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가르쳐주시는 대로 성심을 다 하겠다는 대답을 하고 물러나왔지만 여러식구와 가난한 살림을 하며 살아야하는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광에 들어가서 쌀 섬을 헐어 조상님들 제사 모실 쌀과 한 해를 먹을 쌀을 각각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무슨 결심을 했는지 쌀을 수북하게 담가 떡방아를 찧었다.

방에서 들은 식구들은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해도 아무 날도 아니었다. 물정 모르는 새며느리가 살림을 함부로 하는 것으로 알았다. 시어머니는 절구 한 번 내리 찧을 때마다 심장이 떨어지는 듯 했다. 죽으로 끼니를 때워도 일년 양식이 모자랄 판인데 어려운 줄 모르고 살던 새며느리가 살림을 맡기가 무섭게 떡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하니 일찌감치 살림을 맡긴게 후회가 되었다.

며느리는 떡을 푸짐하게 차려왔다. 식구들은 나중에야 삼수갑산을 갈망정 우선 먹고 보자는 심사로 실컷 먹었다. 그동안 배가 고파 잠도 안 오던 날이 언제였나 싶게 달게 잤다. 다음 날도 또 떡방아를 찧고 떡을 푸짐하게 먹었다. 며칠을 떡을 먹자니 이제는 입에서 떡냄새가 진동을 했다.

새벽이면 일어나서 떡방아를 찧었다. 이젠 떡방아 찧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하고 배가 부르다 못해 먹은 떡이 목까지 줄을 서는 것 같았다. 아무 것도 먹을 수도 없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거북해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며느리가 떡을 가지고 오기 전에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장정들은 산으로 가서 나무를 해 오고 여자들은 들에가서 나물을 뜯었다. 집으로 올 때는 빈손으로 오는 사람이 없었다. 며느리에게 칭찬을 듣게 되자 신바람이 났다. 방에 들어앉아 샌님 노릇만 하던 시아버지도 남의 집에가서 볏짚을 구해 멍석을 엮었다. 시동생들도 싸리나무를 베어다 삼태를 엮고 소쿠리를 엮었다.

남의 눈이 무서워 주린 배를 물로 채우고 책상앞에 앉아 글을 읽는 체 하던 사람들이 산비탈을 일구었다. 조를 심고 가을에는 보리를 심었다. 콩 팥을 심고 둘레에는 수수도 심었다. 다음 해에는 땀흘려 보리타작을 하고 물가에서 쳔렵을 했다. 죽으로도 연명하기 어렵던 집에 보리밥일망정 밥을 먹으며 살게 되었고 집안에는 윤기가 돌았다.

며느리는 가족들을 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우선 먹고 사는 일은 해결을 할 방도를 찾았으니 우선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먼저 글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거를 보고 그 다음에 셋째 넷째 아들이 공부를 해서 과거를 보아 벼슬을 하도록 했다. 온 가족이 모두들 합심해서 노력한 결과 모두가 벼슬길에 나가고 고생을 한 젊은 시절을 잊지 않고 백성들을 자애로 대하는 목민관이 되었다.

며느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했더니 사람은 어려울수록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일년 양식을 대야한다고 죽만 먹으면 허기진 몸이 배 고프다는 생각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들어 우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을 먹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양식이 터무니 없이 모자라 떡을 하게 되었고 했다.

떡은 처음엔 많이 먹게 되어있으나 계속 떡만 먹으면 사흘도 못가 물리게 되어 있었다. 첫날엔 쌀 한 말을 떡을 해서 다 먹었으나 다음날엔 반말이면 되었고 그다음 날에 세 되도 남았다. 그렇게 해서 양식은 오히려 남았고 일을 하면서 살림이 피게 되었다.

나랏님은 가난 구제를 못하지만 지혜로운 여인은 나라를 구한다.

이글은 steemzzang에서 시행하는 이달의 작가 응모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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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years ago  ·  

대단한 며느리네요
한 두 수 앞이 아니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에 감탄하고 갑니다.

  ·  4 years ago  ·  

감사합니다.
휴일인데 귀여운 아이들과 첫눈맞이 즐겁게 하셨나요?

  ·  4 years a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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