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재건 데이트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재건과 데이트는 가까이 할 수 없는 말 같은데 어떻게 같이 있을 수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재건 데이트는 7080 세대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자유연애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으나 경제는 아직 풍족하지 않았던 세대였습니다. 상류층을 빼고는
누구나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모든 것에 절제가
필요했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만남은 절제가 아닌 절묘한 방법이 동원되는
시대였습니다.
지금이야 어릴 때부터 용돈을 직접 관리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월급을 타면
무조건 부모님께 갖다드려야 했습니다. 어려운 가정은 생활비나 동생들 학비에
도움을 드려야 했고 조금 살만한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적금이나 계를 들어
결혼자금을 만들어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주어지는 용돈은 항상 부족했지요. 그래도 연인과의 만남은 언제나
행복했습니다. 식사는 짜장면이나 찐빵으로 때우기도 했고 용돈 받은 날은
그 당시 유행하던 경양식 집에 가서 돈까스를 먹는 호사를 누기기도 했지만
대부분 커피 값도 아껴야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튼튼한 두 다리로 걸으면서 밀어를 나누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남산 순환도로 같은 공원이나 그 주변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으니 눈빛만 마주쳐도 좋았던 연인들에게는 더 바랄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얌체 같지만 짭짭부대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충무로 하면 영화의 메카로 불리지만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을지로에
있던 예식장에 와서 신랑신부 이름만 외우고 가짜 하객이 되어 배터지도록 잔치
음식을 먹고 하루 종일 다녔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을지로만 가면
들통 날까봐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이나, 종로에 있던 단성사 피카디리극장에서
영화 한편 감상하고 점심은 비원 일대에 있는 예식장으로 갔다고 하는 웃지 못 할
얘기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통금도 없는 세상에 언제든 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고 먼 거리라면
스마트 폰으로 영상통화도 하고 기념일이면 온갖 이벤트도 할 수 있는 풍요를
누리고 있으니 이런 말도 다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며
우리의 길을 닦아주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준 분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한 범세계적인 고통 앞에 불평으로 일관하기보다
이 시기를 잘 넘겨 후세에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이상한 짓을 했는지 가을바람이 허파로 들어갔는지
갑자기 남산 길도 생각나고 길상사도 가고 싶어집니다. 아무데도 가지 말라는데
아무래도 증상이 심상치 않아 동네라도 한 바퀴 돌고 와야겠습니다.
재건데이트 첨 들어보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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