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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lurt •  2 months ago 

구박데기 며느리가 청솔 타는 연기에
비 오듯 눈물을 쏟으며 개를 삶는다
서럽고 배고픈 며느리
몰래 암뽕을 건져먹었다

문밖에서 목탁소리가 나고
염불소리가 마당을 질러 오더니
다짜고짜 암뽕을 대령하라고 한다
오늘이 죽을 날이구나했다

껄껄껄 한 바탕 웃고난 스님
이제 이 집은 며느리 덕에 살길이 열렸소
개도 팔자를 고친다는 복날
구박데기가 복덩이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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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 오탁번

말복날 개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술추렴을 했다
가마솥에 발가벗은 개를 넣고
땀 뻘뻘 흘리면서 장작불을 지폈다
참이슬 두 상자를 다 비우면서
밭농사 망쳐놓은 하늘을 욕했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아랫집 김씨가 말했다
-이건 오씨가 먹어요, 엘레지요
엉겁결에 길쭉하게 생긴 고기를 받았다
엘레지라니? 농부들이 웬 비가(悲歌)를 다 알지?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30년 동안 국어선생 월급 받아먹고도
'엘레지'라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그날 밤 나는 꿈에서 개가 되었다
가마솥에서 익는 나의 엘레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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