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시내에 나갔다 지리도 잘 모르고 급해서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가 바쁘다고 빨리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사정을 이해는 하면서도
급한 마음에 기사님께 빨리 가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백밀러로 내 표정을 보신 기사님께서 말씀을 하신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신호등이 빨갛게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일각이 여삼추 같은 시간이 지나고 파란 불로 바뀌었다.
출발하자마자 빨리 가자고 했다.
“아직도 때가 아닙니다.”
비보호 좌회전에서도 계속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은근히 화도 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제가 임플란트 중이라 삼시 세끼 죽만 먹고 살아서
콩밥 먹으러 갈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