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며 초승달을 기다리고 있으면 돌아가신 엄마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어릴 때는 응석받이로 자라느라 몰랐고 자라면서도 엄마는 엄마고 나는 딸이니까
받기만 하면 되는 걸로 알았다.
많이 먹어라, 아프지 말고 쑥쑥 자라라 하시면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다 하는 줄
알고 살았다. 그렇게 살면서 언제나 좋은 것은 다 내차지고 해 달라는 것은 다
해주는 엄마는 그런 사람으로 알았다. 그 대가로 입버릇처럼 나는 이 다음에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불화살을 쏘아대기 일쑤였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기르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얼마나 속을 태우셨을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고 남을 세월을 지지고 볶는동안
이젠 어떻게 하면 엄마처럼 살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 방법으로 거짓말이 늘었다.
힘들 때도 괜찮다고 하고, 싫은 것도 좋다고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보아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로 넘어갔다. 그 때마다 속으로 엄마를 부르며 도와달라고 했다.
오늘이 엄마 제삿날이다.
어머니는 살아서는 서푼이고 죽으면 만 냥이라는 말이 뼈에 사무친다.
저녁에 잠깐이라도 초승달 닮은 엄마를 볼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엄마는 있고, 나이를 먹고 자식들이 다 커도 엄마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