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in blurt •  4 years ago  (edited)

무성한 말들이 부평초처럼 떠돈다.
뿌리를 내리고 정착할 근거지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없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이미 뱉은 말이 누구의 말인지
알려고 하는 사람도 드물다.

떠도는 말은 어느새 톱니가 생기고
스치는 모든 것에 깊은 상처를 낸다
아무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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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입/ 김왕노

저 수심 깊은 곳에 언젠가는
불을 뿜는 휴화산 같은 다문 입들이 있다.
해협에도 섬에도 도심에도 말이 없는 입들이

핵탄두처럼 압축된 말을 머금었으나 결코
말을 하지 않는 입들이
말미잘처럼 강철의 괄약근을 가진 입들이

나는 침묵 속으로 걸어간다.
푸른 말의 예감 속에 무수한 말 없는 입들이
이렇게 그리울 수 없는 것이다.

분명 입이 맞으나 말 없는 입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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