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in blurt •  last year 

싸늘한 바람을 안고
자작나무가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는다는 건
살을 저미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그래서 바람이 가장 쌀쌀한 날
바람결에 비명소리를 숨기고 사각사각
껍질을 떼어내는 것이다

갑사처럼 얇고 빛나는 껍질에
침묵속에서 꺼져가는 말들이
자음과 모음으로 만나 살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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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이재무

겨울나무들의 까칠한 맨살을 통해
보았다, 침묵의 두 얼굴을
침묵은 참 많은 수다와 잡담을 품고서
견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겨울 숲은 가늠할 수 없는 긴장으로 충만하다
산 이곳저곳 웅크린 두꺼운 침묵,
봄이 되면 나무들 가지 밖으로
저 침묵의 잎들 우르르 몰려나올 것이다
봄비를 맞은 그 잎들 뻥긋뻥긋,
입을 떼기 시작하리라
나는 보았다
너무 많은 말들 품고 있느라 수척해진
겨울 숲의 검은 침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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