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가지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윤슬 가득하던 강가에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깊은 침묵이었다
이파리 하나 남지 않은 나무도
오리발처럼 빨갛게 언 수마리를 움직이며
허공에 긴 편지를 쓰는 것으로
지난 세월을 곱씹는 버릇을 억눌렀다
바람은 바람대로 길을 낼것이고
구름은 구름대로 자라나겠지만
곯리는 감자처럼 부글거리다
빈 껍질로 버려져야하는 이름도
이제는 어느 구름에 묻혀야 할지를 찾아낸 얼굴이다
빛을 되찾는 하늘처럼...
대한(大寒) / 최서림
더 이상, 이름이 이름이 아닐 때
찢어진 말과 말 사이, 눈발 몰아친다
어긋난 늑골 속 허허벌판을 빙빙 돌며
가시 걸린 목소리로 울고 있는 저 검은 새,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바람 속을 떠도는
가슴 속 다 토해내지 못해, 새까맣게 타버린 저 떠돌이 새,
모든 색깔을 삼켜버린 빛깔로 캄캄하게 울고 있다
더 이상, 말이 말이 아닐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