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in blurt •  2 years ago 

혼자 앉아 가만히 생각하면
눈물로 고이는 사람이 있다

나라에서 주는 몇 십만원에서
연탄값, 가루비누, 치약, 세숫비누
양념 몇 가지 사들이고
나 죽으면 베옷 짓고 상여꾼 국밥이라도 내라고
유리병에 넣어 처마밑에 묻은 돈을 꺼내

마음 휑할 때
보름달처럼 차오르는 사람 아픈 게
벼랑 끝 맨치로 아득하더라고 글썽이던 할머니
육년근이라는
한 눈에 보기에도 좋은 수삼 몇 뿌리
꼭꼭 씹어 얼른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고
부리나케 돌아서더니

보름달이 되어 빈 마음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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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高靜熙)

길을 가다가 불현 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위에 쓰러져
따스한 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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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years ago  ·  

The full m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