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사등이 되도록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한 달이
새벽하늘을 지난다
대추나무에 걸려 길을 잃었다
지나가는 별의 손에 이끌려
몇 발자국 걸었을까
전깃줄이 한데 모여 오선지를 만들고
말하는 대로 음표가 된다는 유혹에
쪼그리고 앉는다
굽은 등으로 건너야할 바다보다 깊은 하늘길
기러기 한 마리
깃을 털며 아득히 멀어져 간다
그믐달/ 천양희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山번지
따오기 날아가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 진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