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in blurt •  3 months ago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앉아
창밖으로 배웅을 하며
그래, 잘가!
입모양으로 듣는 인사는
다시 만나는 일이 없겠지라는 의미를
덧 씌우는 피복제였다

늦가을 아침
온 몸의 솜털이 일어서는 쓸쓸함을 두고
기차는 터널속으로 꼬리를 감추었다

가을이 가고
구석진 마음까지 헐어내는 겨울도 가고
눈 녹은 침목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새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어나라,
다시 꽃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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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이별/고경숙

오늘 귀국해

돌아간다는 것은 관계를 재규명 하는 모진 낱말이다
이곳 모든 것과의 단절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슬픈 말이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속도에는 표정이 있다
친절과 애틋함과 감사와 연민이 남아있기도 하고,
단호함과 이별과 마지막이 동행해 떠나기도 한다
남겨진 것들은 그럴 때 심한 분리불안장애를 겪는다

침대는 그가 일어나자
시트를 움켜쥐고 돌아누웠다
마시고 찌그려뜨린 생수통이 휴지통으로
던져지면서 생각했다
잘가요 그대!

지금 공항 가야 해

이 말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의 축약이다
어제의 시간도, 향이 좋다던 커피도 ,육중하고 믿음직한 호텔 문도,
슬리퍼의 감촉도, 너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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