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나고 헤어진다.
어느 순간 떠나야 하고
누군가를 보내고 남겨진 시간을 메워야 했다.
채워지지 않는 공백을
막차처럼 빠르게 지나가던 이름들...
저물녘 / 길상호
노을 사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역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남아 견뎌야 하는 시간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었네
바닥에 흩어진 빛들을 긁어모아
당신의 빈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어둠이 스며든 말은 부러 꺼내지 않았네
그저 날개를 쉬러 돌아가는 새들을 따라
먼 곳에 시선이 가닿았을 때
어디선가 바람이 한 줄 역 안으로 도착했네
당신은 서둘러 올라타느라
아프게 쓰던 이름을 떨어뜨리고
주워 전해줄 틈도 없이 역은 지워졌다네
이름에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돌아서야 했던 역, 당신의 저물녘
늘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