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그건 대 장정의 이주였다./ cjsdns
이사, 그건 살아오면서 한두 번이 아닌 열 번 이상은 했을 것 같다. 70년도에 서울로 이사를 한 것부터 따지고 셋방 전전하던 것까지 따지면 20번은 족히 될 거 같다.
그러나 이번 이사처럼 복잡하거나 많은 이삿짐을 옮겨보기는 처음이며 앞으로도 없을 거 같다.
한집에 살았어도 부모님 살림도 따로 눈부시게 많은 게 아니라 눈살 찌푸리게 많으니 이사에 애로는 더욱 많았다. 내가 보기에는 버릴 거 버리고 가져갈 거 추리면 그래도 간단할 거 같은데 아무것도 못 버리게 하고 무조건 다 가져가야 한다고 우기시는 아버지를 이길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이삿집이 많기도 만을 뿐만 아이라 표현이 그렇지만 너저분한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잔금을 받기 전에 밖에 두고 쓰던 냉장고 하나를 마지막으로 버렸다. 살펴보니 냉동실 문짝이 휘어 가져와 제대로 써먹기가 어려울 거 같아 면사무소에서 대형 폐기물 딱지를 구매해서 내다 놓고 딱지를 부쳤다. 그런데 그것을 안 가져왔다고 또 성화를 하신다.
일단 이사 가면서 청소도 안 해놓고 갔다는 험담을 싫어해서 빗자루질하듯 다 치웠다. 오늘 잔금을 정리하는 자리에서도 이사 올 사람이 그렇게까지 정리를 해줄지 몰랐다고 한다. 사실 앞서 살던 사람들이 놓고 간 것도 혹시 쓸 때가 있을까 싶어 안 버린 것들까지 다 정리를 했다.
그리고 두 집 살림이나 마찬가지이니 짐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했는데 이사를 해놓고 보니 이건 이사를 온 게 아니라 이주를 한 기분이 든다. 민족의 대 이동까지는 아니라 해도 대가족의 이주가 이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사가 있을지는 모르나 이번 이사 같은 이사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 아버지의 말씀에 어머니나 나나 집사람이 큰 소리로 동시에 웃었다. 이번 이사를 하는데 신경을 너무 써서 스트레스가 쌓이셨다고 한다. 안 해도 될 참견을 하시느라 힘이 드셨는가 보다. 나름 편하게 해드리려 해도 매사가 불만이신 아버지는 만족하시는 게 없으니 자식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으나 우리도 늙으면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하하하 호호호 해가면서 이삿짐 싸고 정리하는 아내는 제일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 같은데 피곤은 해도 이사 스트레스는 없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사를 오고 아직 정리도 다되지 않고 티브이도 인터넷도 연결이 안 된 상태로 며칠째인데도 이곳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며 마음이 편안하다며 좋아하니 다행이다 싶은데 나 역시도 그렇게 느껴지니 전생에 이곳에서 살았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이며 왠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앞날이 훤히 열리 것 같은 기분으로 이사 정말 잘 왔구나 싶네요.
그런데 오늘 인터넷 해준다 했는데 아직도 기별이 없으니...
새집엔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I am moving soon also and I wish you the best in your new house @cjsdns
고맙습니다. 님도 즐거운 이사 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