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34] 운수 좋은 날

in zzan •  4 years ago 

날씨가 좋다. 약간의 습도는 느껴지지만 덥지도 않고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날이다. 요즘 코로나가 재확산되고는 있지만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어 갑갑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싱싱카를 타러 나갔다.

집에서 얼마 벗어 나지 않았을 때 둘째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홍다리사슴벌레 암컷이었다! 자연에서 쉽게 보기 힘든 친구였는데 아이들은 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기력을 다했는지 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햇살을 피해 편하게 쉴 수 있는 수풀 속에 놓아주고 자연의 품에서 평안을 맞이하길 기도해 주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적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마음껏 속도를 높히며 씽씽카를 탈 수 있었다. 머릿결을 흩날리며 달리는 아이들을 보니 나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도착한 냇가는 물이 아주 깨끗한 상태였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물이 얕은 곳에 첨벙 뛰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 역시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시원한 물살에 더위를 느낄 새도 없었다. 지나다니는 물고기 구경도 하고 날아다니는 오리도 보았다. 가는 곳 마다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에서 살살 신호가 왔다. 한창 불붙어서 놀려고 하는 아이들과 다시 나오기로 약속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꾸물꾸물 다가오는 게 보였다. 불안하다. 집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새차게 비가 내린다. 내가 볼일을 다 본 후 다시 나가려고 기다리던 아이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아침부터 운이 좋더라니...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BLU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