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조별과제가 많았다. 여러사람이 모여 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일 안하고 뺀질거리는 사람, 일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 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 회의시간에 늦거나 참석을 하지 않는 사람... 나 같은 경우에도 신입생들과 한팀이되어 과제를 한 적이 있는데, 시작부터 발표까지 혼자 도맡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신입생이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학교를 다니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상식이 없을 뿐더라 노력하는 모습도 없었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마음이 편해 그렇게 진행하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신입생 때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 같다. 실력있고 경험많은 선배들이 어련히 알아서 과제를 해줬었다. 그덕에 시험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괜찮은 학점을 받았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 맞았다.
이번 달은 한국콘탠츠진흥원에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달이다. 팀간 협업하여 콜라보영상을 만드는 것인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상대팀이 기술 전문가라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기획을 맞았다. 처음 받아 본 기획안이 썩 마음에 들었다. 주제와 스토리 모두 마음에 들어 한 번에 오케이를 하고 전체적인 스토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전해준 기획안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영상을 베낀 것이었다. 이미 있는 자료이고 내용이 거의 같다고 이야기 했더니
관련 자료로 창작이 불가능하고 이미 있는 자료에서 수정작업해서 재창조해야 된다
우리는 공학전문가라서 여기까지다
고 통보했다. 아니 그러면 최소한 수정작업은 해서 줘야 되는 게 아닌가? 다른 사람 창작물을 배껴서 기획안이라고 내미는 건 도대체 무슨 행위일까? 또한 기획서를 멘토에게 검토 받기로 했었는데 그 과정 역시 거치지 않았다. 한숨이 나왔다. 이들은 과거 대학신입생보다 더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실랑이 해도 답이 없을 거 같아 전체 스토리를 변경해서 작업했다. 그리고 파트를 나눠 목표기일까지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과연 그 기간 안에 자료가 회신될지 미지수다.
타인가 협업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 사람의 역량을 떠나 기본적인 소양이나 소명의식이 없다면 더 어렵다. 앞으로 콜라보는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