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cjsdns
산책길에 오디를 보았다.
생각 없이 그냥 하나 따서 입에 넣었다.
달았다.
기억 속에 오디였다.
하나를 더 따서 입에 넣으려는데 손이 멈칫한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따다 주셨던 오디가 생각났다.
산뽕 다러 가셨다가 실한 오디를 보면 따오셨다.
동생과 집에서 놀고 있는 나를 위해 어머니는 오디를 따오셨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 오디를 보니 그때가 생각이 나고 어머니 생각이 난다.
그냥 오디를 먹을게 아니었다.
어머니에게 오디를 따다 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오디를 따서 담을 만한 용기가 없다.
나중에는 칡잎을 따서 오디를 담아가야지 행각 했다.
그러면서 서도 사방을 누리번 거리며 찾으니
골프를 치고 간자리에 물병이 하나 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얼른 주어서 조금 남음 물을 쏟으며
주둥이를 닦아내고 물병을 말렸다.
뽕나무 아래 가서 조심스럼 게 오디를 따서 담았다.
하나하나 따서 담을 때마다 그 옛날 먹은 오디 생각이 났다.
돈으로 사서 드리는 건 뭐든 해드릴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따다가 드리는 건 쉽지 않다.
앞으로 얼마나 기회기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기회가 있을 때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신이 낫고 알 수 없는 감정도 일었다.
90세이신 어머니, 이제는 앞도 잘 안보이신다.
그냥 뵙고 있으면 측은하고 마음이 아리다.
자식을 위해서 한 세상 다 바치신 분인데 특별히 해드리는 것도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휑하니 찬바람이 일기도 한다.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하니 마음이 바빠 쓰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쓰지 못하나
어머니는 늘 나에게 사랑이고 가르침이며 죄송함이면서 안쓰러움이다.
이젠, 안다.
어머니가 늙으셨다는 것을, 나도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어머니가, 엄마가 더욱 안타깝게 생각이 된다.
엄마의 오디, 그 오디가 60년도 훨씬 넘는 세월 속에 아들의 오디가 되어
엄마 앞에 놓였다.
나의 스승이신 어머니가 늙어가는 모습까지 가르쳐 주시고 게시다.
어머니처럼 늙어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옛날에 그 오디맛을 음미하며...
2024/06/06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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