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가 아직까지 잘 전해지는 걸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종이나 기록할만한 것이 없었을 때는 구전으로만 전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다행히 이야기꾼들의 입에서 입으로 잘 전달되었고 기록에 남겨진 덕분에 몇 세기 전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한 지역이나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여러 면에서 감사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이야기꾼으로 만들었다. 첫째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책을 읽을 수 없으니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다. 처음에는 알고 있는 전래동화나 옛날 이야기들을 해주었는데 아이는 점점 새로운 미션을 던져주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동식물이 등장하게 해달라거나 스토리나 엔딩을 정해줬기 때문에 그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하나 둘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꾼이 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 이야기는 반복하다 보니 글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시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 가난하던 시기라 동화책이 없었는데 대신 그분들께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젋은 시절 주먹을 쓰던 액션 느와르를, 할아버지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에 아이 수준에 맞는 장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분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분명 지금 내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을 읽어줄 순 없었지만 자신이 가진 삶을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요즘은 종이책, 유튜브, 오디오북 등 아이들이 다양하게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 직접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아주 편한 기술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줄 수는 있지만, 부모가 직접 이야기를 해주며 이어지는 끈끈한 유대감이나 안정감은 덜한 것 같다. 반면 나는 조금 부족하게 자랐지만 그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서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고스란히 전달해 줄 수 있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나중에 아이들도 부모가 된다면 그들의 자식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려 머리를 짜내지 않을까? 때로는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