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육아일기] 그렇게 사랑은 흘러간다

in kids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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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공부를 하느라 매일 늦게 귀가했다. 아이들이 자는 시간은 보통 9~10시 사이인데, 10시까지 공부를 하다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이미 꿈나라로 떠난 후였다.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잠시 보고 씻고 잠들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에 운동하러 나서기 전 다시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고 아쉬운 마음,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사실 가족들과 약속한 건 일주일에 3일이었다. 월, 수, 목요일은 공부하고, 화, 금, 토, 일요일은 가족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시험이 임박해질수록 초조한 마음이 들었고 부족한 공부를 채우기 위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여유없이 공부만 했다. 주말에도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가 간간히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내 공부를 하기 바빴다. 그럼에도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시험이 끝나고 홀가분하게 주말을 보냈다. 시험에 대한 걱정은 모두 내려놓고 온전히 가족에게 집중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어주고, 레고 놀이를 하고, 변신 놀이와 보드게임도 했다. 일요일날은 아내님 친구네와 함께 수목원에도 들렀다. 날도 좋고 기분도 좋고 너무나도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온종일 아이들 곁에 있었다. 아이들이 보는 것, 느끼는 것, 원하는 것을 함께 즐겼다. 풀숲에서 발견한 대왕거미를 채집하고 웅덩이 갇힌 올챙이들을 구축해주기고 했다. 집에서 올챙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을 대변해 당당하게 아내님 앞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아내님 승낙을 얻어 환호하는 아이들과 집에서 키울 올챙이를 구출해 왔다. 넉넉한 크기의 어항도 사주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관찰일기를 쓰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올챙이들도 건강하게 잘 성장해서 무사히 원래 살던 곳으로 방생되면 좋겠다.

무려 5시간을 뛰어놀던 아이들은 완전 녹초가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 나 역시 녹초가 되었다. 안아 달라는 셋째의 보챔에 나는 힘든 내색을 내비췄는데, 첫째가 쪼그려 앉아 조그만 등을 내민다. 내가 안아준다고 말려도 첫째는 완강했다. 동생과 아빠를 생각하는 그 조그만 등이 참 넓게 보였다. 고집 세고, 이기적인 면이 강한 첫째라 늘 염려스러웠는데, 아이는 내가 모르는 사이 인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어엿한 형이 되어 있었다. 형아 좋아라고 말하는 셋째 외침에 기분좋게 웃어보이는 첫째를 보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이어가고 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날 저녁은 아빠 시험 합격을 축하한다며 둘째가 용돈을 털었다. 초딩에게 얻어먹는 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사주는 거라 그런지 평소보다 10배는 맛있었다. 다음에 또 사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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