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곤충들은 한해살이다. 따뜻해지는 봄에 우화했다가 여름 한 철을 신나게 보내고 가을이 깊어지면 짝을 만나 알을 낳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여러해살이 곤충들은 각자의 생존 방법으로 겨울을 난다. 그중에서도 무당벌레는 특이한 방법으로 추위를 극복한다. 켜켜이 쌓인 나뭇잎이나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나무 속에 무당벌레 여러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평소에는 단독생활을 하는데 이럴 때 모이는 걸 보면 협동의 힘을 아는 녀석들인 거 같다.
거실에서 놀던 둘째가 무당벌레 한 마리가 들어와 있는 걸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처음에는 추운 겨울날 곤충을 만나 반가워했고 두 번째는 창문이 닫혀 있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신기해 했다. 마지막으로 무당벌레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했다. 곤충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키우는 걸 허락했는데 마침 둘째에게 버리려던 조그만 채집통이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재활용이 되려던 채집통은 새로운 쓰임을 얻었고 집으로 찾아온 무당벌레는 친구들에게 얻지 못한 온기를 느꼈다.
칠성무당벌레라 '칠성이'로 이름도 지어줬다(참 성의 없다 ㅋㅋ). 다행히 꾸며준 집에 잘 적응했고 먹이용 젤리도 잘 먹었다.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속날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거다. 겉날개와 속날개가 따로 있는 곤충들은 비행을 할 때 겉날개를 활짝 펴 중심을 잡고 속날개를 움직여 난다. 평소에는 속날개를 잘 접어 겉날개 속에 넣는데 간혹 속날개가 접히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우화부전인 경우도 있고 생활하다 다친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날지 못한다는 페널티는 자연에서 생존하기 불리한 입장이다. 무리에서 떨어진 데다 날개까지 장애를 입었는데 둘째에게 발견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들여다보는 탓에 조금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살아남았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칠성이는 둘째가 챙겨준 곤충 젤리를 잘 먹으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날개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장애에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더 소중하고 충만하게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칠성이가 우리 집에서 친구들에게서 얻지 못한 온기를 느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도 칠성이를 보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극복해 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서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