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잠이 안 와서 새벽에 달려왔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요.”
김밥과 컵라면을 안고는 대합실 곳곳을 뛰어다녔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는 새해 첫날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이날 하루 동안 무안공항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1500여 명이 공항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전남 지역의 자원봉사 단체는 이날 떡국 3500인분을 끓였다. 대구에서 곰탕 3000그릇을 차에 싣고 왔다고 했다. 전복죽 1000인분을 만들어 유족에게 건넸다. 지난달 30일에는 손수 싼 김밥 200줄을 갖고 왔다. 그는 “가슴이 먹먹해서 또 나왔다”며 “유족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가 된다면 계속 봉사하겠다”고 했다.
유족들에게 순두부국을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유족분들이 한 번에 많이 드시질 못한다”며 “한입 먹고 울고, 한입 먹고 또 우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 공항을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해돋이 행사 대신 무안공항을 찾아 봉사한 가족들도 보였다.
대한적십자사는 사고 첫날인 29일 공항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유족을 위해 대합실에 텐트 200여 개를 설치했다. 4인 가족이 들어가 쉴 수 있는 크기다. 치약, 생수, 담요 등 생필품도 박스째 준비해 왔다. 구세군은 공항 뒷마당에 ‘밥차’를 차렸다. 끼니 때마다 큰 솥에 330인분씩 밥을 지어 텐트마다 배달한다.
익명으로 생수나 컵라면 등을 보낸 사람도 많았다. “지난달 30일부터 ‘선결제’ 하고 싶다는 손님이 릴레이하듯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1층 식당은 아예 무료로 운영 중이다. 공항 곳곳에는 QR 코드가 붙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비누, 칫솔 등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살 만하다고 했다.
본문 이미지: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