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 딸을 38년간 간병하다 살해한 엄마, 딸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 혼자
살아남은 것을 한탄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을 선고해 실형을 면제했다. 재판부는 중증 장애인 가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뒤 선처한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딸 박모(당시 38세)씨에게 수면제를 건네 잠들자 베개 등으로 호흡기를
눌러 살해했다. 자신도 목숨을 끊기 위해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으나 집에 찾아
온 아들에게 6시간 만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미수에 그쳤다.
살인을 저지른 이 여인에게 어느 누구 하나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없었던 것은 딸
에 대한 헌신과 사랑, 눈물이 뒤섞인 그녀의 모진 삶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딸을 낳은, 26세부터 자기 삶이 없었다. 항상 딸과 함께 있었다. 밥 먹이고,
대소변 받아주고, 옷 갈아입히고, 병원에 데려가거나 약을 타오는 등 한시도 떨어
질 수 없었다.
하지만 범행 4개월 전인 이씨는 끝내 무너졌다. 딸이 3기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수시로 고통을 토해내는 딸을 보면서 요동쳤다. 이씨는 딸이 대장암 진단을 받은
지 넉 달만에 결국 병원에서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행위는 형법상 살인이 분명하지만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극
단적 고통과 상황에서 벌인 행위로 1심 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장기 간병의 고통
을 개인과 가족에만 떠넘겨 생기는 간병살인을 예방하려면 사회적 도움과 구제로
가는 국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문 이미지: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