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출근을 하면 제일먼저 커피를 마시게 된다.
잔을 손에 들면서부터 커피향이 내게 여유를 선물한다. 따뜻한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행복한 하루가 시작 되는 근거 없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커피에 기원에 이르게 된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양치기 소년 칼디(Kaldi)의 이야기에 닿는다. 7세기경, 양치기 소년 칼디는 특정한 빨간 열매를 먹고 난 양들이 흥분해서 날뛰는 것을 발견한다. 호기심을 느낀 칼디는 이 열매를 직접 먹어 보았고,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상쾌하고 흥분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얘기다.
한동안 커피는 아랍 지역만의 기호 식품이었다. 심지어 기독교 국가에서는 이를 ‘이교도의 음료’라 칭하며 금지시키기도 했었지만, 커피의 매력은 서서히 유럽을 물들였다. 특히나 커피를 접한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아예 커피에 세례를 내리고 커피 금지령을 해제하기에 이른다. 단순히 기호식품의 단계를 넘어 소통의 매체와 공간의 역할을 한다.
나도 커피를 꽤나 좋아한다. 원래 커피를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 일찌감치 커피를 접했다. 식구들이나 어머니 친구분들이 커피를 마시면 어린 나는 너무 먹고 싶었다. 특히 커피향은 가히 유혹적이었다. 한 번은 친한 이모님이 티스푼으로 떠서 먹여주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나는 얼른 손을 저으며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습이 우스웠던지 한 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미 내 마음을 들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할머니께서 프리마라고 하던 커피크림에 설탕을 넣어주셨다. 단 맛은 있었지만 밍밍한 맛이 싫었던 나는 몰래 할머니 커피잔을 탐을 냈다. 그것도 할머니와 나의 비밀이었다.
결국 나는 어린이 집을 다닐 때부터 커피를 한 스푼씩 마시기 시작했다. 어린이 집에 다녀오면 누가 커피를 마시나 했고 누군가 커피잔을 두고 자리를 뜨면 얼른 마셨다. 그때 몰래 마신 커피는 지금의 그 어떤 커피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떤 유명한 바리스타의 손으로도 그 맛을 흉내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은 회사에서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혹시 본인이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한 잔씩 쏜다면 모를까 누구도 지시할 사항은 아니다. 이제 커피는 기분 좋게, 서로의 마음을 어우를 수 있는 매개체로써의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혼자 있는 시간이나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역할을 커피가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 내 커피의 역사도 제법 오래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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