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야 말이지요.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앞에 보이는 자동차들을 전부 추월한 남자는
따라오는 차가 하나도 없음을 확인하고 희희낙락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뽀얀 흙먼지와 함께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무언가가
백미러에 잡혔다. 먼지의 정체는 놀랍게도 닭 한 마리였다. 남자는
액셀레이더를 강하게 밟으며 스피드를 높였다.
지금껏 고속도로에서도 모든 차를 따돌렸는데 그까짓 닭에게 추월당하는
일은 오히려 기적이라고 해야 할 일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적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생각에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그 닭은 차 곁으로 다가와 그를 힐끗 보고는 저 멀리 앞질러
사라졌다. 이건 전투기보다 빠른 속도였다. 망연자실한 그는 급히 닭의
임자를 수소문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했다.
“그 닭 100만원에 파쇼.”
그러나 주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1,000만원!”
그래도 막무가내였다.
“좋아, 2,000만원에 내 차까지 얹어주겠소.”
그는 이미 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닭에게 졌다는 사실에 만신창이가 된 자존심에 치가 떨렸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주인이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남자가 폭발을 했다.
"대체 안 팔겠다는 이유가 뭐야!
닭 새끼 한 마리고 팔자라도 고치겠다는 거야!"
그러자 주인이 힘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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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