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in blurt •  4 years ago  (edited)

바람이 분다.
우수수 소리를 내며 새떼처럼 흩어지는 낙엽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떠오르고
나모 모르게 긴 숨을 내 쉰다.

오늘 흩어진 나뭇잎들은 알고 있을까
풍선처럼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수 많은 이별을 딛고 가을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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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오탁번

이맘때쯤 다시 만나기로 하자
이제 여기서 헤어지고 나면
가을 깊어가고 겨울이 오고
또 몇 백 년 강물이 흐른 뒤
야무나강이든 갠지스강이든
저 멀리 남한강이든
그 강물 흘러가는
어디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손톱 밑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의 햇살 따라
벵골만 건너 캘커타 지나
아그라 붉은 태양 아래
흰 대리석으로 빛나는 타지마할
죽은 다음에도 되살아나는
왕과 왕비의 살냄새 거웃냄새
또 몇 백 년 강물이 흐른 뒤
타지마할의 눈부신 대리석 위에
보름달이 솟을 때
여기쯤에서 만나기로 하자
사랑에는 꼭 이별이 있는 법
저승의 푸른 하늘 아래
대리석이나 오동나무 관이 아니면
관솔구멍이 숭숭 뚫린
소나무 관 속에
금은보화 비단옷이 아니면
무명옷이나 삼베옷 두르고
그도 저도 아니면
청바지 차림으로라도
또 몇 백 년
강물이 흐른 뒤
우리들 사랑이 타지마할에서
이맘때쯤 다시 꼭 만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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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years ago  ·  

it's a beautiful picture,, 😊

  ·  4 years ago  ·  

looks very beautiful, nice 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