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타불>
---임 영 조---
곡우 지나 입하로 가는 동구 밖
오백 년을 넘겨 산 느티나무가
아직도 풍채 참 우람하시다
새로 펴는 양산처럼 녹녹하시다
이제 막 어디로 나설 참인지
하늘로 빗어 올린 푸른 머리칼
무쓰를 바른 듯 나붓나붓 윤나는
싱그러운 주책이 정정하시다
그런데 이런! 다시 보니
꺼뭇한 앙가슴이 동굴처럼 허하다
얼마나 오래 속태우며 살았는지
정말 마음 비운 노익장이다
배알까지 빼주고 지은 절 한 칸
스스로 공이 되는 절멸궁이다
저 늙은 느티나무는 아마
어느 날 느닷없이 날벼락 맞고
문득 깨쳤으리라 몸을 비웠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