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두고

<너를 두고>

---김 현 주---

길고 길어서
길이라 불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저 산그늘
모퉁이 돌고돌아
하늘 맞닿은 들녘 끝
그늘나무 꼭대기
나지막이 휘파람새가 운다
발목을 붙드는 바람은
저 혼자 목이 메고
툭 툭 채이는 돌멩이 한두 개도
그저 구르는 시늉만 한다
누군가 날 부르나
흘낏 돌아보니
채 못 챙겨 온 마음 곁
내 그림자 길게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