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김 지 녀---
여든이 된 노인이 개와 대화를 한다
개의 이야기는 개로 태어난 억울함으로 시작되고
노인은 귀가 어두워
개가 계속 짖도록 개처럼 앉아 있다
개는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억울함은 남았지만 아무리 짖어도 억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일 수도
개는 벽을 열고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개가 벽 속으로 들어간 후 노인은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우면 바다가 열린다
바다에서 느긋하게 헤엄을 치는 것
벽이 흐물거리도록 숨을 참고
잠수하는 것
노인은 개보다 헤엄을 잘 친다
개보다 더 오래 참고 있다
노인의 집엔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가 셋
노인과 개가 번갈아 앉는 의자가 하나
전기 요금 명세서와 장을 본 영수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노인은 개가 나오길 기다린다
벽의 주름을 잡아당겨 본다
개가 나오질 않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 이야기에서 개는 죽지 않는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으므로
우리가 개처럼 귀를 않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