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철이 돌아왔다

in blurt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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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제주도 사람들이 매우 바쁜 달이다.
고사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주도 사람들은 4월이 되면 새벽같이 집을 나서 고사리를 꺾으러 간다.
나도 몇년 전에 육지에서 이사온 친구와 함께 고사리를 꺾으러 간 적이 있었다.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제주도에 살면 한번쯤은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녀왔었다.

보통은 4월이 되면 제주도에는 비가 많이 온다. 비가 한번 오고 나면 고사리가 쑥쑥 자라서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쏠쏠한 재미를 본다. 그래서 4월에 오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올해는 4월이 되고 겨우 한번 비가 왔다.
고사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급식실 언니들의 성화에 못이겨 따라나셨다.
자그마치 새벽 4시 50분이었다.
도대체 해도 안 떴는데 고사리가 보이기는 하냐는 나의 투덜거림은 씨알도 안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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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고, 모자 달린 잠바를 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고사리 앞치마 입고, 배낭을 매는 것이 고사리 꺾는 복장이다.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이렇게 밭에 흩어져서 고사리를 꺾는다.
손도 시렵고 춥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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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아기의 고사리같은 손이 주먹을 쥐고 있는 것같은 모양의 고사리를 찾아서 꺾어야 한다.
처음에는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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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잎이 펼쳐진 것은 꺾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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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장마가 시작됐는데도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고사리가 별로 없다.
같이 간 언니 말로는 지난 수요일에 비가 왔어서 목요일과 금요일에 사람들이 다 꺾어갔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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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시간 정도 밭을 헤매서 한번 정도는 반찬해 먹을 정도는 꺾어왔다.
이걸 푹 삶아서 찬물을 갈아주면서 이틀 정도 담가놓았다가 볶아먹으면 된다.
보통은 삶아서 말린 고사리를 해 먹는데, 제주도 사람들은 이런 생고사리를 더 즐겨 먹는다.

언니들은 또 가자는데, 나는 아직 별 재미를 못느껴서 안가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춥고 다리, 허리 아프고…
아직은 고사리 꺾는 재미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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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펼쳐진 것은 왜 꺾으면 안 되나요?

땅이 검은 것을 보니 많이 기름진가 봐요?

독사는 없나요?

  ·  2 years ago  ·  

잎이 펴진건 그만큼 컸다는 뜻이라 억세서 안 꺾는다네요.
땅이 검은 건 제주도가 화산섬이라서 그렇습니다. 돌도 현무암이 주로 있거든요.
고사리 꺾을 때 가끔 뱀도 나온다더라구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