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있었으면 하는 친구

in blurt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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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있었으면 하는 친구가 있다.
어릴 때는 구멍가게나 문방구집 딸이 내 친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아마도 뭔가 공짜로 얻을 수 있을 것이 많을 거 같은 생각에서 그랬을 것이다.

청소년기가 되어서는 떡볶이집 딸이 내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때도 문방구집 딸도 있었으면 하는 친구 목록에 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치킨집 딸이 내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치킨에 생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구멍가게도 문방구도 떡볶이집도 치킨집도 아닌 ‘미용실’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는 아마도 뭔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았으나 지금은 먹는 거에는 큰 욕심이 없어서일까?

어쨌든 미용실 친구를 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아주 심각한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머리카락도 아주 얇다.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은 직모에 대한 로망이 있다.
머리카락이 너무 가늘어서 파마나 염색을 안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도 일년에 한번씩 매직 파마를 한다.
특히 여름에 자주 샤워를 하는데 샤워 후 곱슬머리를 정돈하느라 드라이를 할 때 너무 더워서 더 매직 파마를 하고 싶어한다.
어쨌든 다루기 힘든 곱슬머리라 왠만한 미용실에서 매직 파마를 할 때 미용사들이 좀 꺼리는 편이다.
매직 파마가 드라마틱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내가 바라는 건 드라마틱한 매직 파마가 아니라 그저 조금 차분해 보일 정도면 되는데, 아무래도 미용사의 마음은 다른 듯하다.

그런데 내게 미용사 친구가 생겼다.
제작년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다닐 때 같은 조에 있던 친구인데, 우리동네 근처에서 미용실을 한다.
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지만, 요즘 워낙 걷기를 많이 해서 그정도쯤이야 이다.
이번 여름에 이 친구 가게에 가서 매직 파마를 했는데, 그간 내 고충을 자주 얘기했더니 아무 부담없이 매직파마를 해주었다.
어? 그런데 결과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머릿결 손상없이 아주 차분한 머리가 되었다.

정말로 이런 친구는 꼭 있었으면 하는 친구가 분명하다.
그리고 내게 그런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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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years ago  ·  

오 츄카드려요!!!
전 앞머리 커트만으로도 이미지가 엄청 바껴서 호흡을 맞춰온 디자이너님이 그만두시면 참 난감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