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러니까 첫째가 4살이었을 때 일이다. 아이스 트레이에서 막 꺼낸 얼음이 단단한 것을 보고 단지 온도가 떨어져 물이 바뀐 것일 뿐인데 왜 이렇게 단단해지는 건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직 어려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그 후 '얼음 = 단단한 것'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 얼어있는 하천을 보고 저것 역시 단단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루는 호기심이 발동한 건지 내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 얼음 위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하천은 아무리 겉은 얼어있더라도 아이 몸을 지탱할 정도로 단단하지 않았다. 빠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그대로 강물에 빠졌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를 들쳐업고 집까지 내달린 기억이 있다.
셋째를 재운 뒤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근처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 옆 '배롱내'는 가끔 아이들이 송사리를 잡던 곳인데 날이 추워 겉이 얼어있었다. 혹시나 물고기들이 아직 있는지 궁금해하던 아이들은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돌계단을 내려가 기웃거렸다. 잠시 아이들에게서 한눈을 판 사이 다급한 첫째의 외침이 들렸다.
"아빠! 율이가 물에 빠졌어!!!"
화들짝 놀라 돌계단을 뛰어 내려가는데 한 쪽이 흠뻑 젖은 둘째가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불연듯 예전 첫째 때 기억이 떠올렸다. "춥지 않냐? 얼음 위에 올라갔냐? 아빠 말 좀 듣지. 안아 줄까?" 입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내 물음에 둘째는 아주 시크한 표정으로 "돌이 얼어서 미끄러졌어. 형아 때문에 빠진 거야. 형아가 가까이 가자고 했단 말이야."하고 말했다. 첫째와는 달리 자의적인 행동이 아니라 실수로 빠진 것 같았다. 다행히 다치거나 체온이 떨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차를 가져간 덕분에 히터로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한 채 집으로 와 씻겼고 별 탈 없이 마무리 되었다. 놀란 마음도 첫째 때만큼 크지 않았다. 나 역시 학습효과 때문인가 싶다.ㅎㅎㅎ
아이들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까진 내 품안에 보듬어야 할 작은 아기들이다.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
Oh so pretty and c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