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들여다 보면

in blurt •  3 years ago 

나를 들여다보면/cjsdns

내게서 건장한 젊은이는 떠났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된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염려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제는 솔직히 부모님의 건강보다 나의 건강이 아내의 건강이 더 염려가 되는 상황의 나이가 되었나 보다.

내 머리는 은백으로 바뀌었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 혈압약을 작년 8월부터 먹게 된 거 같다.
그 외 성인병은 없으나 그래도 세월이 나이테를 쌓아가다 보니 뭔지 모르게 불안하다.

그 불안의 꼭지를 잡고 들어가 보면 건강이란 놈이 제일 먼저 심쿵하게 맞이한다.
그놈과 멋쩍은 듯 대화를 해보면 다른 건 염려가 안되는데 뇌졸중과 치매가 걱정이 된다고 한다.
이상 징후인지는 모르나 기억력의 감퇴는 물론이고 아예 자꾸 잊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나이쯤엔 이게 정상이야 하며 자신을 위로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먹는 것은 왜 이러지 이거 치매 전조 증상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섞인 생각을 하게 된다.

늘 왕성하게 육체노동을 하던 사람이 앉아서 생활을 하다 보니 운동 부족에 몸무게가 나도 모르게 늘어서 어느덧 넘어서는 안될 선까지 넘게 되었다. 코로나 핑계로 사우나도 가본 지 오래고 건강 보험 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 검진마저 건너뛰고 나니 저울에 몸을 얹어본 게 언제인가 싶다.

그런데 지난 4월 26일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남들에게 권하던 애터미 슬림 바디 챌린지를 옆에서 권하는 사람들에게 밀려 신청하게 되었고 첫 번째 항목이 몸무게를 측정하여 기입하는 것이었다.

동네 꼬끼오 매장에 가서 저울을 구입해다가 건전지를 넣어 작동이 제대로 하는가 확인하고 올라서 보니 이건 기절할 일이 생긴 것이다.

90킬로 정도 되겠지 더 나가야 91~92 정도 되겠지 했는데 100킬로를 훨씬 넘는 것이다.
솔직히 그 순간 드는 생각은 내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돼지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내안에서는 절규하듯 이건 아니야 나는 돼지로는 살 수가 없어 그건 내가 나를 용서 못해하는 일이야 했다.

빼야지가 아니라 몸무게를 못빼면 난 인간이 아니다 하는 생각에 다부지게 마음먹고 제일 좋아하는 믹스커피부터 끊고 식사량 줄이고 과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12킬로 정도 빼고 나니 일단 몸의 변화가 일어났다.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고 계단 오르기는 숨 가쁨 그것이었는데 그런 것이 사라졌다. 불편했던 무릎도 괜찮아지는 것 같다.

1차 목표는 88킬로이고 2차 목표는 78킬로인데 88킬로는 달성했는데 78킬로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 할거 같다. 꾸준한 운동으로 예전만큼의 근육은 아니라도 근육을 키워야 할거 같다는 생각에 헬스클럽 등록을 하고 열심히 다니는데 일차 목표 달성후 여기서 더 이상 빠지지 않는다. 다이어트라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뇌졸중과 치매란 놈이 제일 두려운 놈들이다.
그래서 마냥 두려움을 누적시키지만 말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자, 하고 병원 예약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병원을 가는 날이다.

병원에 가서 의사의 문진에 뭐라고 대답을 하지 하는 생각을 해보니 평소의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야 하는데 막상 의사가 질문을 하면 생각이 안 나서 얼버무리는 이야기를 할거 같다. 아니면 글쎄요 하며 제대로 답변을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간단하게 메모를 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메모를 해볼까 하고 책상에 앉은 것이 이렇게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것이다.
뭐지 뭔 이야기를 해야지...

하여 정리를 해보면
1, 비교적 자주 머리가 무겁다거나 편두통을 느낄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라도 두 번 정도의 경험이 있는데 식은땀이 나고 매우 어지럽고 천정이 빙빙 돌며 메스꺼움에 토하고 눈이 흐릿해지며 맥이 풀려서 혼난 적이 있다.

2, 기억력 감퇴가 심한 것 같고 자꾸 돌아 서면 잊어 먹는다.
사람 이름이나 특히 사물의 명사들이나 단어 어휘가 생각이 안 나서 애를 먹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치매 초기 증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렵다. 늘 졸리고 어떤 때는 잠이 쏟아지듯 몰려와 졸려 소리를 자주 한다.

3, 샤워를 하면서도 내가 양치질을 했나 안 했나 기억이 안 나서 두 번 하는 경우도 있고 혈압약을 아침이면 먹어야지 하면서도 잊는 경우가 간혹 있으며 먹어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분간이 안 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뭔가 또 있는데 잊었다.

이게 이런 게 지금의 나이다.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서야 하니 줄여야겠다.

감사합니다.

2021/07/09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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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years ago  ·  

Hi, @cjsdns,
grea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