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껍질 까는 기계

어젯밤 11시에 택배를 받아보니 실망이 컸습니다.
기계가 조악해 보이고 그나마 배송 중에 일부 파손이 되어서 두어 시간 붙들고 늘어져 고쳐서 시운전까지는 하고 잤습니다.

오늘 아침을 먹고 좀 더 손을 본 다음 본격적으로 가동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보기와는 다르게 껍질을 벗기는 일은 잘합니다.
칭찬도 해줄 정도의 실력을 뽐냅니다.

그래도 스텐으로 몸통을 만들어서 관리나 위생에서는 괜찮아 보이고 주로 용접을 해서 만든 것이라 상대적으로 재질의 두께가 어느 정도 됩니다. 그리고 특징이라면 바닥에 날이 8개입니다. 다른 회사 제품보다 커터 날이 배정도 더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껍질을 벗기는데 1분 정도 걸립니다. 좀 더 깔끔하게 속껍질까지 벗기려면 8~90초 정도면 됩니다. 또한 푹푹 잘라내는 모양새가 아니고 벗겨내는 스타일이라 훼실되는 부분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이 얼마냐 현금으로 30만 원 줬습니다. 그럼 기계를 권할 수 있냐 이문제에서는 약간 갸우뚱하게 됩니다. 기계에 대해서 좀 아는 분에게는 가격 대비 괜찮다고 추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전혀 기계를 모르는 분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는 기계의 조악함도 있지만 가정에서 쓰기에는 좀 크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나는 일부러 작업량이 어느 정도 되는 큰 것을 그렇다고 너무 크고 비싼 것은 피하다 보니 이놈을 만났고 만남은 껄끄러우나 정은 많이 들 거 같습니다.

혹여라도 밤을 주웠는데 까는 게 도저히 아니다 하여 근심하고 게 신분이 계시면 서슴없이 짊어지고 오십시오. 무료로 까 드리고 애터미 커피도 한잔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물론 끼니때라면 막국수 아니 잣 만둣국을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명품 메밀국수도 있다고 알림 합니다.

물론 아름다운 무리를 지어서 오신다고 미리 연락 주시면 그 유명한 도도 임표 도토리묵 드실 수 있습니다. 사실 코라나 19로 부담스러운데 마스크 착용 잘하고 음식 먹을 때 적당한 거리 두고 환기 잘하면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기쁩니다.
도도임께서 날밤을 새우는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며 그렇게 밤을 주워다 다 어떻게 까려 그러느냐 썩혀서 버릴 거다 라고 염려의 말씀을 하셨던 도도임 님의 친구분들이 밤 까는 기계 소식에 와서들 보시고는 감탄을 합니다. 콩알만 한 것도 다 벗겨내니 어, 그거 정말 좋네 하십니다. 그래서 빼놓지 않고 기회를 잡아서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밤 까는 걱정 하지 마시고 얼마든지 주워 오세요. 특별 서비스로 다 까드리겠습니다. 이웃 좋고 친구 좋다는 거 이런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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