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한 토의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상당한 수준의 군사전문가들도 여전히 미국과 영국의 선전전 내용을 믿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이브리드 전쟁, 즉 혼합전이라고 한다. 혼합전이란 전통적 방식과 비전통적 방식을 혼합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비전통적 방식이란 하이테크와 선전전동과 같은 방법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이브리드 전쟁의 비전통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처음부터 군사 경제 이중전쟁이라고 규정했었다. 군사전쟁은 승패가 거의 결정되었다. 우크라이나 군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전무하다. 러시아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크라이나군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선전전도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언론이나 유럽의 언론도 우크라이나 군의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언론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군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조는 그대로다. 이해하기 어렵다.
드론과 로봇같은 하이테크를 비전통적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그런 하이테크 무기의 경우 전통적인 전쟁수행 수단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모든 전쟁은 당시 시대의 최첨단 과학을 동원했다. 따라서 하이테크를 비전통적 수단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규정함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측면은 선전전이라고 하겠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선전전을 감행했다. 웬만큼 훈련을 받지 않은 군사전문가들은 전쟁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문제는 그런 선전전이 전쟁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군이 선전해서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유럽대중의 여론을 묶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선전은 선전일 뿐이다. 선전선동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었고 유럽인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에 대한 지원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선전선동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미국과 영국이 집중적인 선전선동을 감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미영의 전쟁지도에 혼선을 초래한 측면이 더 많다. 너무 지나친 선전선동으로 대중들의 인식을 조작해버리면, 미영 지도부가 유연하게 전쟁을 이끌어갈 수 없게 된다. 미국의 바이든 정권이 전쟁수행과 관련한 노선을 바꾸려면 정치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정권도 잘못된 줄 알면서 잘못된 길을 계속 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미국과 영국의 입장이 그렇게 보인다.
올바른 전쟁지도를 위해서는 정치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내정치적 타격을 적게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쟁에서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하는 것과 전쟁상황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은 심리전을 본격적으로 사용했으나 그 정도가 지나쳤다. 그래서 스스로 유연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 버리고 말았다.
반면 러시아는 심리전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매우 균형잡인 전황에대한 정보를 자국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러시아군의 승리를 크게 과정하지도 않았다. 초기 실패에 대한 러시아 언론의 문제제기도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러시아 국민들이 미국과 영국의 어마어마한 심리전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심리전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수립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심리전의 대상은 자국국민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된다. 심리전의 대상은 상대국민과 상대편 군인들이 되어야 한다. 상대편 국민들이 전쟁을 더 이상 이길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들되 자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로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경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심리전의 분야에서 러시아를 이기지 못한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의 특징으로 들자면 심리전이외에 경제전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전쟁도 미국이 중요한 방안으로 고려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면 러시아 경제가 악화되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염전사상을 고취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전쟁이 일어나자 마자 경제전쟁에서 미국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바 있다. 미국은 경제전쟁을 감행했지만 이는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점도 또한 경고한 바 있었다. 미국의 대러경제제재는 부메랑이되어서 미국과 유럽을 곤경에 빠뜨리고 말았다. 경제제재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이격될 것이라고도 사전에 경고했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중국과 인도가 반대급부의 이익을 거두었다. 국제가격보다 훨씬 싸게 석유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러시아는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전쟁에서도 미국은 러시아에게 패배했다.
군사작전이외의 방안을 고려할 때는 내가 기대하고 희망하는 효과보다 부작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심리전과 경제전쟁을 수행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측면만 고려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혼합전의 관점에서 평가할때 고려해야 할 점은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해킹과 같은 분야, 스타링크와 같은 민간자산의 이용, 각종 소셜미디어의 이용과 러시아 퇴출과 같은 부분이 있지만 이들 분야는 비교적 단순해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중요한 것은 혼합전에서 방책구상을 할때는 부작용을 더 중요하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