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의 선결 및 전제조건, 미국문제 >

in kr •  2 years ago 

댓글로 필자가 제시한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많이 주셨다. 일일이 답하는 것보다 포스트를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답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지금 이글은 동해안 7번 도로 축선의 동해시 어느 카페에서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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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남북간의 관계보다 국제적인 역학관계가 더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인문지리적인 억제’ 또한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정책적 목표로 추구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여러번 언급한 적 있지만 북한이 느끼는 안보불안은 이중적이다.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과 중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더 위험한 것은 내 등뒤에서 노리고 있는 비수다. 북한의 지도층들은 미국보다 중국을 더 경계하는 것 같다.

북한에게 있어서 북미평화협정은 비핵화를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며, 중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 제거는 충분조건이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은 언젠가는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나 중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은 해소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은 비핵화가 아니라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에 불과한 것이다.

어찌하든 ‘인문지리적 억제’방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완강하던 미국도 결국 입장을 바꾸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ICBM까지 다 확보한 상황에서 미국이 아무리 제재를 하면서 비핵화를 주장한다고 해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UN의 대북제재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이번 전쟁이 미국의 세계 패권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는 작년이전부터 주장했다. 빠르면 이번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된다.

미국은 최근 들어 대외정책의 중점을 중국쪽으로 살짝 옮겨가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면 가장 중요한 핵심 국가는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가깝게 가져가면 중국은 견디기 어렵다. 중국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는 발해만이 북한 바로 앞바다다. 중국을 견제하기 가장 좋은 지역이 북한이다.

미국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해있다. 달성불가능한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중국 견제의 가장 좋은 옵션을 포기할 것인가 ? 아니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인 중국 견제를 위해 어차피 달성하지도 못할 북한비핵화란 목표를 포기하고 제재를 해제할 것인가?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선택이다. 미국이 조금 더 일찍 정책전 변화를 시도했으면 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 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을 놓치면서 북한의 몸값은 더 올라갔다. 트럼프 당시에 미국과 북한이 협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면 북한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아무리 북한에 양보를 하더라도 북한은 미중간 중립적인 정도 이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가면 북한에 대한 제재도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접어 들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도 점차 그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게 각종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전방위적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과 교류를 하다가 미국의 다른 제재를 받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에 미국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상황도 바뀐다. 미국의 영향력이 급작스럽게 약화될 가능성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시간이 미국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중요한 대외정책에서 매번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사고가 경직되어 사안의 핵심을 놓치고 실기한 것이다.

‘인문지리적 억제’는 미국으로서도 군산복합체의 이기적인 이익추구에서 벗어나 제국의 총체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만일 실기하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을 상실하는 것이다. 북한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현시점에서 최고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인문지리적 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남한은 반드시 유엔사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유엔사는 정전관리와 후방기지 과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한국군은 유엔사로부터 정전관리와 관련된 과업을 이전받아야한다. 미국 합참은 유엔사를 통해 정전관리 임무를 정전협정 본연의 의미와 다르게 수행했다. 정전협정은 남북간 사인 즉 민간인끼리의 교류와 접촉은 활발하게 하고 남북군간은 서로 이격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엔사는 남북간 민간인끼리의 교류와 접촉 그리고 협력도 차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을 구체화시키고 실현시켜 나가는 상황에서 유엔사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남한군과 북한군이 공동으로 정전관리를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북미간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협정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현재의 정전협정하에서도 남북미가 서로 합의하면 ‘인문지리적 억제’방안은 충분하게 구현할 수 있다.

평화협정이 논의되면 결국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대두된다. 현시점에서 주한 미군이 무작정 철수하는 것도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상황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갑작스런 미군의 철수는 힘의 공백을 초래할 것이며 그 진공상태에는 중국이나 일본이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평화협정 문제는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이 구체적으로 작동하여 상호 이익에 바탕한 평화체제가 구축되었을때 다루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잘못해서 평화협정 문제를 선행해서 다를 경우 일이 삼천포로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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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억제 방안은 역으로 전선 이남의 군사력(주한 미군과 일본의 자위대 포함)이 북상하는 것을 억제할 수도 있는 방안일까요?